[경일포럼]지방은 거지가 아니다
[경일포럼]지방은 거지가 아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6.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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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지방은 거지가 아니다. 굳이 이 문장을 적시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권력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가끔씩 중앙에서 지방에 은전을 베푸는 방식만 고집해서는 한국사회에 고착된 지역주의를 결코 극복하기 어렵다는 담론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지방은 사회 각 분야에 걸친 서울과 수도권의 집중화에 따른 상대적인 소외감와 지역의 정체를 하소연하고 있다. 이른바 ‘지방도 이제는 잘살아 보자’는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간절하고도 당당한 시대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근데 정부의 태도를 보면 지방의 균형발전 요구를 ‘우는 아이 젖 더 주기 신드롬’ 따위에 기대는 거지근성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방의 입장에서는 분통 터질 일이 아닐 수 없다. 분명히 말하지만, 지방은 선물이나 탐내는 거지가 절대 아니다.

‘지방의 반란’이 필요하다. 한국 수도권 집중도의 절반도 되지 않는 일본도 지방의 반란을 외치고 있다. 근데 한국의 지방에서는 말이 없다. 입으로만 외칠 뿐,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공약(空約)’을 모진 인내심으로 버텨내고만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가져오는 최선의 행동강령이 ‘지방의 반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때이다.

지방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서울과 수도권이 나라 전체를 생각하는 발상을 포기한 것은 분명해진 만큼, 이제는 지방이 한국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이 똘똘 뭉쳐야만 지역주의를 타파할 수 있고 지방이 살 수 있다.

정부는 이제야말로 ‘지역균형발전 대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객관적이고 포괄적인 증거를 우선 제시하는 것은 물론 균형발전의 순차적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모든 지역에 일관되고 공정하게 적용될 수 있는 원칙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정치적인 정략과 연고가 아닌 공정하고 객관적인 원칙과 기준에 의해 지역발전전략이 수립되고 실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최근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해 벌이고 있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의 총력전은 지역균형발전의 질적인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 문화를 지역발전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점에서 향후 지역균형발전의 질적인 변화도 예측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 둔 정치공학적 행위라는 부정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어쩌면 이건희 미술관 건립을 통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지방의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에 이건희 미술관이 건립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대원칙이 필요하다. 정부가 진정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실천할 의지가 있다면 반드시 지역에 세워져야 한다. 말로만 지역균형발전을 외칠게 아니라, 이제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희 미술관이 진주에 건립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문화분권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의 첫 단추를 꿰는 지역이 진주이기를 간절히 소망하기 때문이다. 경남도청이 1925년 부산으로 이전된 이후, 무려 96년 동안 소외와 정체를 경험한 진주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다.

지역 이기주의라는 일차원적 문제제기는 정중히 사양한다. 진주와 지역균형발전을 염원하는 진주시민이라면 누구나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고, 요구해야 한다. 지금은 침묵과 방관이 아닌 강력한 의사표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주장한다. 이건희 미술관의 최적지는 진주이며, 진주에 건립되어야 한다. 정부는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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