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초록바다가 춤추는 완사늪
[경일포럼]초록바다가 춤추는 완사늪
  • 경남일보
  • 승인 2021.06.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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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경남람사르환경재단)
내가 아마존의 밀림을 진양호 주변에서 보았다고 한다면 누가 믿겠는가. 일본 북해도의 쿠시로 습지로 가는 길에 몬베스 역부터 끝없이 늘어선 버드나무 군락지를 사천시 곤명면에서 보았다면 누가 알겠는가. 고작 20여 년이 지났을 뿐인데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버드나무 군락이 엄청나게 우거져 있다. 넓고 깊은 하천에 초록나무가 빽빽이 우거져 있다. 이곳은 사천시청 공무원이 환상적인 곳이라고 말한 완사늪이다. 전체 면적이 160만㎡이다. 버들군락이 이렇게까지 거대해지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하천 양옆으로 도로가 있고, 만지교라는 다리가 있다. 만지교에서 보는 풍경이 제일 멋있다. 다리 위에서 양쪽을 번갈아 보면 눈 앞에 펼쳐지는 어마무시한 규모의 버들군락에 모든 사람들이 경악한다. 검푸른 파도가 있어야 할 바다에 초록 숲이 펼쳐져 있다. 바람 불 때는 왕버들, 선버들이 미친 듯이 춤추는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다. 넘실대는 버들이 만들어내는 초록 파도는 자연의 신비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버드나무 바다숲에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다. 버들군락이 이렇게까지 거대해지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화려한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1981년 9월에 있었던 진주를 휩쓴 대홍수로 인해 1989년에 남강댐 숭상공사를 시작하였다. 남강댐 숭상공사를 하기 전에는 마을과 논밭이 모두 지금의 늪 안에 있었다. 주민들은 1990년대 말에 지금의 자리로 이주하였고, 얼마 전부터는 봄에 날리는 버드나무 꽃가루와 씨앗으로 인해 고생하고 있다. 이곳이 상수원보호구역임을 알리는 경고판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긴 하지만 주민들이 텃밭을 만들어 농사를 하는 곳도 있다. 철망이 쳐진 곳은 없다.

지난 4월 30일이었다. 아무도 보호해줄 생각을 하지 않는 동안, 버드나무는 포클레인에게 무참히 짓밟히고 있었다. 벌써 10m, 20m 안쪽까지 벌목을 했다. 도로를 따라서 도로보다 더 넓은 공지가 상수원보호구역 안에 만들어졌다. 도로변의 마을 입구에 만지암 표지판이 있다. 이 마을에는 10여 채의 주택과 농장이 있다. 다리 건너편 마을보다 훨씬 작다. 그런데 버드나무 벌목은 축구장 만한 넓이로 엄청 크게 공사를 해놓았다. 사천시에서는 벌목 허가를 폭 5m로 해줬다고 하지만 전체 사업구간 1.28㎞에서 한 군데도 지켜지지 않았다. 안쪽의 버드나무 군락도 언제 없어질지 모를 불안에 떨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수자원공사 지역지원사업비가 ‘완사천 환경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상수원보호구역을 심각하게 훼손하였다.

국립습지센터는 2016년에 만든 650쪽 분량의 완사늪 생태조사보고서에서 ‘수변 경관이 우수하고 다양한 야생동물들의 휴식처를 제공하는 완사늪에 대한 보전대책을 근본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면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국내륙습지 모니터링 2016년 조사에서도 습지 식생의 훼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남도가 습지보전법 제5조에 의거하여 2018년에 수립한 제3차 경상남도 습지보전 실천계획에서도 주요습지로 분류하여 경계 설정과 현황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지금이라도 버드나무 군락과 마을 사이에 키 큰 가로수를 심고 철망을 설치하는 등 완충공간을 조성하여 꽃가루 피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사천시는 습지보호지역, 야생동물보호지역 지정을 통하여 습지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점석(경남람사르환경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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