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복의 세계여행[36] 쿡 아일랜드(1편)
도용복의 세계여행[36] 쿡 아일랜드(1편)
  • 경남일보
  • 승인 2021.06.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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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아일랜드는 남태평양 오지(奧地), 뉴질랜드령 15개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제임스 쿡이라는 사람이 처음 발견해 그의 이름을 따서 쿡아일랜드라고 부른다.

‘한 번도 안 와본 사람은 많지만 한번 온 사람은 계속 오게 되는 나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여행지다. 국가수입의 60%가 관광업이라는 게 이를 대변한다.

뉴질랜드에서 쿡아일랜드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의 친절함이 인상 깊었다. 와인을 주문해 마시는 그녀는 삼성휴대폰을 쓰고 있었다. 휴대폰을 가리키며 “삼성이냐”고 물었더니 삼성폰에 대한 칭찬과 함께 구입경로 등 묻지 않은 말까지 해줬다. 오세아니아인 특유의 친절함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내가 삼성이 있는 대한민국 사람이고 여행작가와 오지탐험을 하는 방송인이라며 명함을 건넸다. 명함에는 엘살바도르 명예영사라는 점, 문화와 예술을 사랑한다는 것을 새겼기에 공감하는 눈치였다. 그의 이름은 주디, 뉴질랜드 은행의 인정받는 간부라고 했다.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는 기러기 엄마였다. 쿡아일랜드가 원래 고향이고 부모님이 계셔서 연말을 다같이 보내기 위해 오는 것이라고 했다. 쿡아일랜드에 도착하면 남편이 있는 집으로 간다고 했다. 동쪽으로 차를 타고 30분 가면 나오는 선착장에서 또 배를 타고 2시간을 더 가야한다고 했다.

쿡아일랜드의 섬은 이곳 공항이 있는 라로통가부터 동서남북으로 위치해 있다. 그녀는 비행기에서 내린 뒤 나를 가까운 ‘타운’에 내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비행기가 착륙할 공항은 쿡아일랜드 수도이자 아바루아 영역이며 북쪽타운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그녀가 가려는 타운까지는 비행기에서 내려 차를 타고 20분 정도 가야한다는 뜻이었다.

‘도미토리’(공동숙소)가 그곳에 많기 때문으로 이해됐다. 창밖에는 쿡아일랜드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멀리 북쪽 섬 가장자리로 난 도로의 가로등 빛이 마치 섬을 모자를 씌운 것처럼 보였다. 도착한 시간은 밤 12시, 입국 절차를 마치니 새벽 1시가 가까워졌다. 늦은 시간에도 공항 보안 요원들의 눈빛엔 총기가 있고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처음 오는 여행객은 검문이 심했고 한번 왔었던 여행객은 통과가 빨랐다.

 
비행기에서 만난 주디와 기념사진촬영
◇공항에서 주디와 함께 찍은 사진

공항 로비는 놀랍게도 사람들이 많았다. 내 앞에 사람들은 나가면서 누군가에게 손을 흔들었고, 화답하는 상대는 목에 화관을 걸어주었다. 낯선 땅 나는 이곳에서 아무도 아는 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환호가 넘치는 인파 속에서 빠져 나와 주디를 찾았다. 저 멀리 주디가 차량에 승차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뿔사, 줄 앞쪽에 있던 내가 너무 늦게 나오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는지 그냥 떠나는 모양이었다. “태워주겠다”는 약속이 나로 인해 지켜지지 못한 것이었다. 어느새 공항의 인파들은 썰물 빠지듯 거의 사라졌다.

하는 수 없이 일단 시내까지 가야했다. 주디와 대화하며 얻은 정보를 활용했다. 지도도, 렌터카를 홍보지를 관광안내데스크에서 얻을 수 있었다.

호텔 이름을 쓴 명찰을 가슴에 달고 있는 직원에게 다가가 “도미토리를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같이 가자”면서 앞장섰다. 도착 뒤 숙박비를 물었더니 “호텔 1인실, 1박에 10만원”이라고 했다. 비싸게 느껴졌다. 핸드폰과 신용카드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결국 도미토리 숙박이 가능한지 물었으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서로 안내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경찰서는 온 길로 10분정도 차를 타고 가야한다”고 했다.

경찰서 방향으로 터벅터벅 걸었다. 지나가는 차도 없었다.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가로등마저 없어 칠흑같은 어둠만이 짙게 깔렸다. 한걸음 한걸음 조심해서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설상가상 휴대폰 배터리도 빠르게 소모되고 있었다.

얼마쯤 걸었을까. 차가 한대 다가왔다. 히치하이킹을 위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억지로 활짝 웃었다. 검은색 봉고차는 그냥 지나가버렸다. 그런데 그 차가 후진으로 되돌아왔다. 잰걸음으로 다가갔더니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운전자였다.

그녀는 경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오늘 새벽까지만 비행기의 여독을 풀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습니다”, “일단 타세요” 경계의 눈빛과는 다른 친절이었다.

이 아가씨의 이름은 리아나, 그녀는 나를 경찰서에 태워주겠다고 했다. “정말 고마워요 리아나 아가씨, 당신의 이름을 잊지 않을게요” 그녀의 핸드폰에 내 유튜브 아이디를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타운을 가로질러 입구 쪽으로 가는데 형형색색의 동그란 전구가 길거리를 밝혀주고 있었다. 행인은 없었고 가게도 보이지 않았다. 리아나는 나를 경찰서에 내려주고 홀연히 사라졌다.

 
쿡아일랜드 경찰서 내부 모습. 이곳에서 불편한 몇시간이었지만 불평할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경찰서 안에서 새우잠

경찰서에 들어서자 홀엔 아무도 없었다. 겉보기에는 1층에 작은 건물 같았지만 2층짜리 건물이었고 홀에서 갈 수 있는 모든 문은 잠겨있었다. 30분정도 지났을까. 이곳에서의 여정을 정리하고 있는데 남여 경찰 2명이 들어왔다.

남자경찰은 2m크기에 몸무게는 120kg는 족히 돼 보였다.

“저는 레미라고 해요 남한에서 왔습니다”, 오래 기다렸던 터라 먼저 다가가서 반갑게 인사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도미토리를 찾고 있습니다”, “호스텔 같은 숙소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잠시 들어오시겠어요” 경찰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범죄자처럼 취조 받는 느낌이었지만, 긴장 되진 않았다. 하지만 모르는 나라에 들어오면서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왔다는 것은 조금 부끄러웠다. 입국수속 카드에 분명히 묵을 숙소를 기재하고 왔을 테니 말이다. 이들은 그렇게 캐묻기 보다는 숙소를 찾아봐주는 방법을 택했다.

경찰은 나에게 “기다려 달라”고 한 뒤 무전기로 동료들에게 도미토리와 호스텔을 언급하며 “찾아보라”고 부탁을 하는 것 같았다.

밖으로 나와 결과를 기다리는데 불안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 30분정도 더 지났을까. 안에서 나를 불렀다.

착잡한 표정의 경찰은 “레미, 지금 열려 있는 숙소가 단 한군데도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음…, 저는 오지탐험가에요. 새벽부터 일정을 시작해야하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지금 숙소 가기는 어려울것 같고 경찰서에서 몇 시간만 머물러도 될까요”, 불편하겠지만 그리 하라는 경찰의 말이 무척 반가웠다.

그렇게 나는 경찰서에서 몇 시간 머무는 것을 허락받았다.

기온이 따뜻해서 추위 걱정은 없었다. 딱딱한 의자에 담요 하나를 덮고 자는 것도 감지덕지 고마운 일이었다. 쿡 아일랜드의 첫날밤이 지나갔다.

 
라로통가 공항 모습. 새벽인데도 공항관계자들의 얼굴빛이 맑았다.
하얀수염을 멋있게 길러 개성이 넘치는 쿡아일랜드 현지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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