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대학생 1급 공무원 발탁과 2030의 분노
[경일포럼]대학생 1급 공무원 발탁과 2030의 분노
  • 경남일보
  • 승인 2021.06.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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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 (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것”이라 했다. 그러나 취임 후 지금까지 불공평한 기회와 불공정한 과정,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수없이 낳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조국 자녀 입시 특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LH 직원의 부동산 투기와 김기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사건에서 보듯 한결같이 공평과 공정 그리고 정의와는 정반대의 결과물이다. 이 모두를 하나로 묶어 놓은 것이 청와대 ‘청년담당비서관’직의 대학생 발탁이다.

‘4·7 보궐선거 참패’와 국민의힘 ‘이준석 바람’에 대응한 극단의 충격요법인지 모르지만 극약처방이 잘못되어 2030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아무리 대통령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는 청와대 비서관 자리라 하여도 원칙은 있어야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철희 정무수석의 말이다. 불공정의 프레임을 씌울 일이 아니라며 “청년비서관에 청년을 기용해서 청년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소통의 창구로 삼겠다는 일종의 당사자주의인데‘ 그걸 왜 불공정하다고 하니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충분한 자격과 합당한 능력은 결과로 보여줘야 할 문제”라며 “잘못되면 책임지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납득이 안된다”라는 그 말을 2030은 이해 하지 못해 안타깝다. 이 수석은 청와대 들어가기 전까지는 상당히 합리적인 사람으로 하마평(下馬評)되었다. 임명되었을 때 이 수석만은 ‘바른말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말이 있다. 적합한 사람을 적합한 자리에 앉히는 것이 인사원칙이다. 적재를 적소에 앉히려면 기회의 공평과 과정(선발 절차)의 공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평의 기회와 공정한 과정이 전혀 없다. 1급 공무원이란 자리는 보통 사람 아니 능력이 특출한 사람에게도 하늘의 별이다. 하루 15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 4∼5년은 죽어라 공부만 하여도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것이 행정고시(5급)다. 행정고시에 합격 후 평생 한 우물을 판 사람이 1급 자리에 오르려면 25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것도 운이 좋아야 가능하다. 얼마나 천재성을 가진 능력의 소유자인지 몰라도 25살의 나이에 그것도 대학 재학 중인 학생에게 그 자리를 로또 복권같이 안겨주니, 평생 업무에 혼신(渾身)하는 공무원들은 자괴감을 넘어 모독을 당한 기분일 것이다. 국가고시 응시자의 90% 이상이 2030 청년층이다. 지금도 노량진 고시촌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우울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은 허탈을 넘어 분노하고 있을 것이다. “배고픔은 참아도 배 아픔은 참지 못한다”라는 사회가 아니라도.

당사자주의라면 청년비서관직에 청년을 기용했다. 그렇다면 노동 담당 공무원은 노동자 출신이어야 하고, 범죄 담당 공무원은 범죄자이어야 한다는 괴변의 억지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충분한 자격과 합당한 능력을 갖췄느냐는 문제에 대해서 결과로 보여주며 되고, 잘못되었을 때는 책임을 지겠다고 한다. 국사(國事)는 한 번의 잘못을 되짚을 수 있는 업무가 아니다. 결과를 보고 채용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엎어진 물을 주어 담겠다’라는 생각과 다름이 없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사용자는 피용자 채용을 위하여 많은 탐색비용을 감수한다.

임명된 청년비서관은 졸업을 앞둔 학생이다. 재학 중에 국가고시에 합격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임명을 졸업 때까지 유보하는 것이 사회적 관례이다. 학생 본인을 위해서도 발탁 후 임명은 졸업 때까지 보류함이 어른(청와대)들이 해야 할 아량이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지만 2030을 더 이상 성나게 하지 말고, 공평과 공정이 있는 정의로운 국가 정책을 펴길 바란다.

이웅호(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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