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협 (진주기억학교 원장)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우리의 일상이 크게 바뀌었다. 특히 기저질환에 있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생활하는 노인의료복지시설(요양원)과 주야간보호시설현장은 살얼음판을 걷는 긴장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주 수요일은 진주기억학교 어르신 및 종사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가 있는 날이다. 2주에 한번 하던 검사가 고위험군 시설이라 주 1회로 바뀌더니, 주 2회 신속항원검사와 주 1회 선제검사로 강화돼 주 3회 콧구멍을 쑤셔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코로나 백신접종을 완료한 뒤 7월 1일부터 새로운 방역지침이 적용돼 다소 완화됐다.
진주기억학교를 이용하시는 어르신 대부분은 치매판정을 받으신 분들이다. 처음 진주보건소 검역팀에서 시설을 방문, 구강채취와 코 안 검채를 했다. 코 안 검채를 받으면 거의 모든 살마들이 콧날이 시큰해지며 눈물이 핑 돈다.
두 번째 검사하는 날, 보건소 담당자들이 시설로 들어오니, 김○○어르신께서 “원장님, 저 선생들 못 오게 하소, 코가 아파 죽것더마 오늘은 또 만다꼬 왔는고?” 하시며 경계의 눈빛을 보내셨다.
선생님들이 방역복으로 갈아입고 검채가 시작되었다. 요즘말로 일진의 대명사이신 하○○어르신은 “저 쎄가 빠질 것들이 가마이 있는 내 코를 쑤시가 낼로 질라 쿠더마 또 왔나?” “내가 오늘은 이것들을 확 고마 지기삐기다”라며 검진자들에게 달려들었다. 워낙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좋으신 할머니셔서 여선생 3~4명이 같이해도 통제가 잘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할머님께 꽃미남으로 통하는 박실장이 빽 허그를 하고서야 사태는 수습됐다.
하○○어르신의 과격한 액션에 얼굴에 멍이 드는 선생님과 꼬집혀서 피멍이 드는 선생님도 생기는 등 코로나 검사로 매주 수요일 진주기억학교는 똑같은 진풍경이 연출된다.
경남도와 진주시의 코로나 고위험군 시설을 대상으로 한 선제검사가 코로나 예방에 큰 몫을 하였고, 고위험군 시설에 대한 최우선 백신접종도 완료해 주심에 감사드린다.
7월 1일부터는 다소 완화된 형태의 검채가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젠 흰색 방역복을 입은 선생님들을 보기만 해도 공포가 생긴다. 근 1년을 지속적으로 콧구멍 검채를 했더니 나도 코딱지가 생기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콧물이 뚝 뚝 떨어지기도 하는 현상이 생겼다.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는 모르겠지만 지속적인 검채에도 내 콧구멍은 정말 안녕 하시겠지?
한삼협 (진주기억학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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