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나약한 아이들
[경일춘추]나약한 아이들
  • 최창민
  • 승인 2021.07.0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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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사태의 장기화로 학생들의 외부활동이 제한되다가 최근 백신접종이 성과를 보이면서 선비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초등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그간 야외학습이 없어 갑갑했던 아이들이 지리산자락 청정하고 쾌적한 곳으로 연수를 와서인지 표정이 밝고 활기차 그야말로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곳에 오는 도시와 농촌지역의 학생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자연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연을 대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농촌지역학생들이 생태자연을 접하는 방식은 말 그대로 자연스럽지만 도시지역의 학생들은 평소 학습에 의해 형성한 자연에 대한 애정과 달리 실제 몸으로 가까이 접하는 자연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다.

남명유적지 답사 중 학생 한명이 소스라치게 놀라 다가가보니 날파리 종류가 주위를 날고 있었다. “벌이 아니라 쏘지 않아요” 안심시켜도 한동안 벌벌 떨어 가까스로 진정시켰다. 또 일부 학생들은 작은 무당벌레에도 놀라고 숲길을 걷는 10분을 힘들어하며 발목에 스치는 잔디를 불편해하는 모습이 역력하여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인솔선생님과 대화를 통해 들은 이야기는 더욱 걱정스럽다. 어느 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이 잡초를 뽑는 데 쉬는 시간에 학생들 몇 명이 호기심에 거들었다. 그런데 방과 후 학부모로부터 항의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 아이가 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면 어쩌려고 그런 일을 시켜요!” ‘작은 소참 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은 당연히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이 자연생태체험을 포기할 정도로 잦거나 심각한 병은 아니라고 본다. 풀숲에 앉거나 눕지 않기, 야외활동 후 옷과 노출된 신체 털어주기 등 예방활동을 병행하면 감염위험이 적고 조기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자연을 접하는 기회와 익숙함의 차이가 자연을 대하는 인식의 차이를 낳고 있겠지만 학부모들이 자연생태의 위험성을 자녀들에게 과도하게 심어 준 탓은 아닌지 생각해보면서 이러한 염려를 넘어 어린 시절에 풀과 꽃, 나무와 벌레 등 생태자연과 자주 호흡하고 애정을 갖게 하는 것은 자녀의 정서함양과 호연지기 형성에 매우 큰 영향을 줄 것임을 같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안전보다 소중한 가치는 없겠으나 자연 속에서 강인한 정신을 기르며 성장한 큰 인물들을 상기해 보며 자녀에 대한 지나친 애정과 과보호로 학교 교육이 위축되고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너무 소심하고 겁 많고 나약함에 길들여지고 있지는 않은 지 생각해 볼 일이다.

박태갑 (한국선비문화연구원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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