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외침과 속삭임
[경일포럼] 외침과 속삭임
  • 경남일보
  • 승인 2021.07.0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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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복 (진주교대 교수)
가수들 중에는 물가 출신이 많다. 역사 속의 테너 가수로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카루소는 바닷가 출신이고, 파바로티는 강가 출신이다. 우리나라 대중가수 가운데서도 특히 물가 출신이 많다. 물가도 바닷가와 강가로 나뉜다. 자란 환경을 놓고 볼 때, 이난영·남진·나훈아·조용필·이선희가 소위 해변형 가수라면, 남인수·이미자·보아는 전형적인 강변형 가수다. 최근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트로트 꿈나무 중에는 포항의 전유진이 전자라면, 진주의 오유진은 후자에 해당한다. 명가수 중에, 왜 이렇게 물가 출신이 많은가?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관련된 근거는 세계적인 작곡가였던 윤이상의 어록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윤이상은 산청에서 나서 통영에서 자랐다. 그가 소설가 루이제 린저와의 대화에서, 남해의 너른 바다가 자신에게, 소리의 폭을 넓혀주고, 또 소리의 울림판이 되었다고 회고한 적 있었다. 그는 모노 사운드가 아닌, 수면이 소리의 공간을 만드는 환경에서 자랐던 것이다. 그의 음악의 모태는 뱃사공들이 노를 저으면서 부르는 민요인 인 노가(櫓歌)이거나, 어부들이 고기잡이할 때 부르던 노동요, 즉 어로(漁撈)의 노래였을 것이다. 음반제작자들은 요즘 새로운 ‘공간 음향’이 곧 개발된다고 난리다. 이 공간 음향이란 게 가수들의 음향 공간에 영향을 끼쳤을까?

노래 내지 음악이 물과 뭔가 상관관계가 있다고 치자. 그 다음에는 무엇이 해변형이고, 왜 강변형인가, 하는 물음이 따른다. 이 역시 나도 잘 모르겠다. 나의 직관에 따르면, 해변형 가수는 노력형이고, 강변형 가수는 천재형이다. 우리나라 가수 중에서, 나훈아와 조용필만큼 연습벌레가 없다. 나훈아는 두 번의 공백기를 거쳤다. 첫 번째는 연상의 여배우 김지미와 동거할 때고, 두 번째는 악성 루머를 해명한 직후의 잠적 기간이다. 그는 공백기에도 몰래 작곡과 노래연습을 부단히 일삼았다. 청년기보다 중장년기의 노래가 음악적으로 훨씬 성숙했고, 중장년기보다 ‘테스형(소크라테스)’을 소환한 노년기에 이르러 인생과 소리가 한층 깊어졌다.

강변형 가수들은 대체로 10대의 어린 나이에 가수로 데뷔해 가수로서 성공을 이루었다. 노래연습 안 하기로는 이미자 같은 가수를 찾기 힘들다. 그녀는 집에서 노래연습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만큼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고나 할까? 그의 소리를 두고 음악 전문가의 엇갈린 평가가 있다. 판소리 국창 박록주는 천장을 찢는 미운 소리라고 했고, 바이올린 명연주자인 정경화는 음악의 영혼으로 인도하는 자유로움과 독특한 억양이라고 보았다. 한 사람은 외침, 다른 한 사람은 속삼임으로 본 것이다.

좋은 노래는 고음의 외침일까, 저음의 속삭임일까. 박록주와 정경화는 속삭임의 가치에 방점을 찍었지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 장사익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듯이, 외침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외침이 혼돈이라면, 속삭임은 질서일까? 가장 좋은 노래는 외침과 속삼임이 어우러진 화음의 소리일 테다. 추상화가 잭슨 폴록의 ‘가을의 리듬’처럼 말이다. 질서 속의 혼돈, 혼돈 속의 질서처럼 말이다.


송희복 (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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