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꼰대와 젊은 정치
[경일시론]꼰대와 젊은 정치
  • 문병기
  • 승인 2021.07.0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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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젊은 청치’ 바람이 불고 있다. 보수 성격의 야당이 30대 생기발랄한 당 대표를 뽑더니 이번에는 2명의 대변인을 20대 청년으로, 그것도 141대 1이라는 경쟁을 거치는 오디션으로 뽑아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5일 종편을 통해 중계된 ‘국대결선 배틀’은 시민문자투표가 12만콜이 넘어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같은 시각, 또다른 종편에서는 집권여당의 대통령후보 토론회가 열렸다. 9명의 잠룡이 참가, 이중 6명이 2차경선에 진출하는 장치다. 문 대통령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평가, 선두주자에 대한 과거행적검증이 주요 관전포인트였다. 문 대통령의 부동산정책에 대해선 후보 전원이 부정적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묵은 사상논쟁도 빠지지 않았다. ‘당신은 꼰대냐’는 질문에는 ‘그렇다’와 ‘아니다’가 반반씩 나뉘었다. 가장 나이가 많은 후보가 ‘아니다’라고 답해 꼰대는 나이와 상관없다는 의식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역동성은 야당만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선거판이 무르익어 가면서 느끼는 것은 보수의 진보화와 진보의 수구화, 기득권화이다. 국민의힘은 꼰대당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 젊은 당원들을 대거 끌어 모으고 대변인까지 20대로 진용을 갖춰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반해 여당은 아직도 자신이 ‘꼰대는 아니다’는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문파와 진성당원만으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정치공학적 분석을 아예 외면하고 ‘우리끼리’를 고수하고 있는 수구적 자세를 엿보았다면 지나친 평가일까.

지금의 진보, 집권여당은 스스로를 ‘촛불정권’이라 일컫는다. 젊음, 진보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자리를 내어주는 형국이다. 싫든 좋든 매일 20대의 젊은 대변인을 보아야 하고 그들의 시각에 역공을 가하는 게임체인지가 됐다. 아니면 젊은이들로 진용을 바꿔 맞대응해야 하는데 당내 분위기가 그렇지 않다. 기득권을 지켜 정권재창출을 꾀해야 하는데 이를 꼰대적 시각이라는 새로운 바람에 수세적 입장이지만 국면전환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정체성을 바꾸는 것은 더욱 어렵다. 지난 월요일 두 종편을 번갈아 채널을 돌려가며 시청한 소회이다.

이번 대통령선거가 자칫하면 꼰대정치와 젊은정치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고착될 가능성을 엿본다.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레임에 갇혀 걷잡을 수 없는 바람에 휘말려 가는 선거를 우려하는 것이다. 젊은 정치는 분명 새바람이다. 그렇다고 꼰대가 무조건 낡고 수구적인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지켜온 절대가치는 경험에서 쌓인 소중한 가치이다. 거듭된 시행착오에 대한 냉철한 자아비판과 비전 제시, 지난날의 과오에 대한 반성으로 선거에 임하는 자세가 후보 선출보다 선행돼야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미래를 향한 새로운 정치는 보수와 진보라는 낡은 프레임을 과감히 벗어나는 것이다. 새 것은 과감히 받아들이고 낡은 것은 벗어 던지는 변화를 국민들은 바란다. 그리고 그 바람은 이미 불고 있다. 연일 발표되는 대권후보 지지율에서 그같은 바람을 느낀다. 그런 흐름이 정치를 바꾸고 그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면 외면하는 것이 유권자의 속성이다. 쓴소리도 하다 지치면 외면한다.

‘한방에 훅간다’는 말이 지난 총선 전 지금의 야당가에서 널리 회자된 적이 있다. 그러나 때늦은 자각으로 대세는 이미 떠내려 가고 있었다. 오랜 농사꾼은 바람이 머금은 습기로도 기후를 예감하고 대비한다. 정치권은 지금 부는 바람을 주시해야 한다. 한방에 훅가면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장마와 태풍은 어차피 거쳐야 하듯 선거를 거쳐야 정권을 잡을 수 있다. 유권자들은 이 때를 기다려 정권을 심판한다.

변옥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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