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슬쩍 스쳐갔어도
그리움은 흔적을 남긴다
이대흠 시인의 ‘또, 그리움이 다녀갔다’
마사코를 만난 건 1935년, 그의 나이 21살이었다. 그는 한국으로 건너온 마사코와 1945년 결혼했다. 1952년 마사코 이남덕이 아들 둘을 데리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1953년 동경으로 간 그는 가족들과 5일간 지내다 혼자 돌아왔다. 1956년 그가 죽었다. 40살이었다. 그는 마사코 이남덕과 21년 사랑하는 동안, 11년은 일본의 아내에게 편지를 쓰고 가족 그림을 그리며 죽어갔다. 5일간 동경에 다녀온 후 그의 삶은 더 피폐해졌다, 정신병동에 든 그는 밤이면 아내의 음성과 아이들의 음성으로 변조해가며 일인극을 했다. 그림 ‘흰 소’의 화가 이중섭의 삶 이야기이다.
그리움은 인간의 존재 증명이다. 슬픈 증명인 셈이다.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내 가슴의 슬픔을 알리라’는 괴테의 시처럼, 시인은 필경 그리움의 형식을 통달해버린 게 틀림없다.(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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