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함양 구한선원에서 바라본 내 마음 속의 ‘고요’
[경일포럼]함양 구한선원에서 바라본 내 마음 속의 ‘고요’
  • 경남일보
  • 승인 2021.07.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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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호 (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2박3일간 고향 인근 마을인 함양을 다녀왔다. ‘함양유토피아 프로젝트’ 추진위원회 발족 행사가 방문의 주된 목적이다. 겸사해서 산청에 있는 선산도 다녀오고 고향의 지인들도 만났다. 고향은 늘 포근하다. 사람들은 언제나 따뜻하다. 어릴 적 다니던 생초초등학교도 가봤다. 여기가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태초의 푸른 공간이다. 같이 놀던 숙이며 철이며 하는 옛 친구들이 한없이 그리워진다.

고향을 갈 때면 늘 함양의 등구사 구한선원(龜閑禪院)에서 잠도 자고 책도 읽는 등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 곳에는 맑고 향기로운 인담 스님이 계시고, 지리산의 주능선이 한눈에 보이는 선방이 있기 때문이다. 함양군 마천면 구양리 촉동마을 삼봉산 자락에 위치한 등구사는 꽤나 유서가 깊고 이야기가 많은 절이다. 가락국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은 신라의 침공을 피해 촉동마을에 궁궐을 짓고 지내다 인근 산청의 왕산에서 최후를 맞는다. 촉동마을의 옛 이름이 빈대골(빈대궐)도 여기서 유래한다. 빈 대궐 터에 신라 무열왕 2년(서기 656년)에 창건된 등구사는 화재로 소실되어 가락국의 멸망과 함께 사라졌다가 1709년에 중창된바 있으나 이후 다시 절은 없어지고 만다. 이러한 폐사지에 2006년에 젊은 인담 스님이 운명처럼 이곳으로 오면서 다시 절을 복원하고 있다.

등구사에는 우리나라 보물 제2109호인 1190년(고려명종 20년)에 만들어진 ‘미륵원’명 청동북(‘彌勒院’銘 金鼓)이 있으며, 신라시대 후기인 9세기에 제작된 삼층석탑(경남도 문화재자료 제547호)이 있어 역사적으로 중요한 절이다. 가야사 복원차원에서도 원형으로 복원될 수 있도록 정부와 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구한선원(龜閑禪院),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색의 공간이다. 거북이도 한가롭게 쉬고 있다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다.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전망이다. 다들 한번 가서 선원의 마루에 앉아 앞산을 바라보자. 무릇 형언할 수 없는 풍광이 압도를 한다. 바로 지리산이다. 그것도 하봉에서 부터 중봉, 천왕봉, 제석봉, 장터목, 촛대봉, 덕평봉, 벽소령, 반야봉까지 지리산 주능선이 한 눈에 쏙 들어온다. 어디서도 볼 수없는 지리산 능선이다. 특히 선방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은 부처님이 누워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다. 하봉은 부처님의 이마, 중봉은 코, 천왕봉은 입술의 모습으로 또렷하게 내 앞으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장엄한 지리산의 풍광을 한없이 보고 있노라면 어느 듯 부처님은 구한선원의 마루에 앉아 있는 듯하다.

서울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조그마한 연구원에 있는 서재의 이름이 ‘수정헌’(守靜軒)이다. 고요함을 지켜낸다, 고요함을 마음속에 가두어 둔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이 이름을 짓게 된 것도 바로 구한선원에서 바라본 지리산의 모습 때문이다. 삶이 힘들고 마음이 복잡할 땐 이곳으로 와 고요를 찾아 나선다. 나는 마음이 고요해지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 갈수가 없다. 어쩌면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동양의 고전인 대학(大學)에 정안려득(靜安慮得)을 말하면서, 마음속의 고요가 모든 것의 첫 출발임을 강조하고 있다. “고요한 뒤에야 비로소 안정이 되며(靜而後能安), 안정이 된 뒤에 깊이 생각할 수 있고(安而後能慮), 깊이 사색한 뒤에야 능히 얻을 수 있다(慮以後能得)”는 뜻이다.

요즘 다시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들 힘들어 한다. 이를 때 좀 짬을 내어 산과 들로 나서보자. 쉽게 가지 못한다면 멀리서나마 지리산의 장엄한 주능선이라도 감상해 보자.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주자. 불안한 마음을 고요함으로 바꾸어 보자.

 

오동호 (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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