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지리산에 오르시려면!
[경일춘추]지리산에 오르시려면!
  • 경남일보
  • 승인 2021.07.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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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갑 (한국선비문화원구원 사무처장)
 


나는 산을 좋아한다. 관절염으로 오래 고생하면서 재활요법으로 무릎 주위의 근력을 키우기 위해 가벼운 산행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점차 산행강도를 높이고 설악산과 한라산 등 명산 탐방과 주능선을 관통하는 종주산행도 즐겼다.

특히 지리산은 천왕봉이 위치한 산청군에서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탐방객의 문의에 정확하게 답하지 못하는 무지를 부끄러워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이 골짝 저 능선을 밀린 숙제하듯이 다녔고 매년 한번씩 12번의 종주산행도 했다.

한여름 맨살이 따끔거리도록 쏟아지는 장대비 등 악천후와 무릎 통증으로 고생하면서도 매번 완주를 해 냈고 종주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13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동트는 새벽녘의 능선과 골짜기에 피어오르던 물안개와 어스름 저녁에 고원에 내려앉던 원초적인 생명력과 원추리를 비롯한 산상화원 등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했다.

그러나 나의 지리산행을 다시 돌이켜보면 매번 산세와 지형을 파악하고 자연을 감상하는 데 그쳐 장대하고 넉넉한 민족의 영산 지리산이 품어 온 역사인문에 대해서는 무감각했음을 후회하게 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은 “아는 것만큼 보인다” 고 했지만 일찍이 지리산을 흠모한 남명선생은 지리산주변에 은거한 현자들을 생각하며 “물을 보고 산을 보고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본다(看水看山看人看世)”라며 요산요수(樂山樂水)의 정수(精髓)를 꿰는 큰 말씀을 남겼다.

또한 지리산을 마치 큰 종에 비유하여 “청컨대 천석 종을 보게나 (請看千石鐘),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지, 어찌하면 두류산처럼 (爭似頭流山), 하늘이 운다 해도 아니 울 수 있을까(天鳴猶不鳴)”라며 제덕산계정주(題德山溪亭柱)라는 명시를 남겼는데 이는 절대 권력에도 굴하지 않았던 선생의 의연한 기개가 바로 지리산에 있었음을 알게 해준다.

이처럼 지리산과 함께 한 남명을 비롯한 선현들의 정신적 유산은 물론 왕등재와 소금길 등의 사연과 지리산 빨치산 등 역사적 교훈이 골골이 산재해 있고 한라산의 3배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에 걸맞게 우리나라 총 삼림축적량의 19%를 차지하고 있으며 1507종의 식물과 2808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지리산은 이제 몸으로만 오르는 간수간산을 넘어 마음까지 다가가는 산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이제 누구라도 지리산에 오르시려거든 간인간세까지 가슴에 담는 마음등산을 병행 해 볼 일이다.

박태갑 (한국선비문화원구원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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