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인류를 구한 푸른곰팡이 ‘페니실린’
[농업이야기]인류를 구한 푸른곰팡이 ‘페니실린’
  • 경남일보
  • 승인 2021.07.1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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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농경 생활은 수렵이나 채집에서 벗어나 더욱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위협하는 식물 병과의 끊임없는 전쟁과 공존의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농작물에 발생하여 경제적인 손실을 초래하는 식물 병으로는 역병, 탄저병, 시들음병, 흰가루병, 노균병, 무름병, 바이러스병 등이 있다.

그중에서 푸른곰팡이병(Penicillium spp.)을 일으키는 페니실리움의 병원균은 수확 후 운송, 저장, 유통, 판매 중인 과실이나 채소에 부패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식물 병해이다. 시장에서 감귤류를 구입해 본 소비자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바로 그 병원균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농업기술원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235편의 논문을 국내외 식물병리 전문학술지에 보고하였는데, 그중에는 경남에서 재배되고 있는 토마토, 멜론, 수박, 단감에서 발생한 푸른곰팡이병을 최초로 보고한 논문도 포함되어 있다.

인류 역사상 농업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작물 생산에 가장 큰 피해를 준 병은 감자 역병으로 1845년 아일랜드에서 150만 명이 굶어 죽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딸기 세균모무늬병, 과수 화상병, 채소류 및 과수류 바이러스병, 미국선녀벌레, 꽃매미, 갈색날개매미충, 열대거세미나방 등 이름도 생소한 돌발 병해충들이 영농현장에 발생하여 수천억 원의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그렇지만 푸른곰팡이병은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류를 구한 고마운 병이기도 하다. 인류가 만들어낸 최초의 항생제인‘페니실린(penicillin)’이 바로 푸른곰팡이에서 찾아낸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알렉산더 플레밍’은 1881년 스코틀랜드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세인트메리 의과대학에 들어가 미생물학자가 되었다. 그는 미생물을 배양하면서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아내는 일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위대한 발견에는 종종 행운이 따르는 법이다. 플레밍이 일하던 실험실의 아래층에서는 곰팡이를 연구하는 실험실이 있었고 1928년 여름 플레밍은 황색포도상구균을 배양하는 접시를 배양기 밖에 둔 채로 휴가를 다녀왔다. 휴가에서 돌아온 플레밍은 배양 접시를 확인하던 중 푸른색의 곰팡이가 배양 접시 위에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고 푸른곰팡이 주변의 포도상구균이 깨끗하게 녹아있는 것을 관찰하였다. 푸른곰팡이가 포도상구균의 생육을 억제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푸른곰팡이는 페니실린을 만들지 못하고, 오직 페니실리움 노타툼(Penicillium notatum)만이 강력한 항균작용을 가진 페니실린을 만든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이 곰팡이는 병원균 분류상 페니실리움(Penicillium)속에 속했으므로 곰팡이가 만든 이 새로운 물질을 페니실린(penicillin)이라고 명명하였다. 페니실린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상용화에 성공하여 1944년부터는 민간에도 사용되어 수많은 전염병으로부터 환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페니실린의 개발자인 플레밍은 페니실린을 정제한 ‘플로리와 체인’과 함께 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질병이 발생과 소멸을 반복해 왔고 그로부터 생명과 자산을 지키기 위한 인류의 노력도 계속되어 왔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과 백신의 개발, 지속적인 변이의 발생과 인류의 대응은 마치 전장을 방불케 한다. 알렉산더 플레밍의 노력과 행운이 찾아낸 페니실린처럼 수많은 연구자와 의료진과 방역당국의 노력이 이 전쟁을 끝낼 제2의 페니실린을 찾아낼 수 있도록 마지막 퍼즐 행운마저 함께해 주길 염원해 본다.

/권진혁 경남도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장 농학박사



 
권진혁 경남도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장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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