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비수도권이 수도권 처럼 돼야 선진국 된다
[경일시론]비수도권이 수도권 처럼 돼야 선진국 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7.1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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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지난 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세계가 70년 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를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인정한 것이다. 국가적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져도 충분하고, 아무리 자화자찬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런데도 마음 깊은 속 한켠에서는 ‘아직은 아닌 것 같은데…’하는 부정적 기류가 스멀거린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었다는 것을 체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물론 경제 규모 등 외부적으로는 선진국으로 인정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일부 분야의 상황은 후진국 보다 더 나쁘다.

선진국은 단순히 부국(富國), 강국(强國), 자본이 많거나 최종재 생산규모, 소득이 높은 나라 등 거시적인 양적 규모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 2위의 GDP를 자랑하는 중국이나, 오일머니로 1인당 GDP가 세계 최상위권인 카타르나 아랍에미리트 같은 나라를 선진국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경제 규모만이 선진국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2020년 세계 주요국 교역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전체 수출에서 3.1%를 차지하며 7위를 차지했다. 수출과 수입을 합한 교역 규모는 3.0%로 세계 9위다. 세계은행이 집계한 2020년 1인당 국민소득(GNI)은 3만 2860달러다. 선진국 그룹의 G7인 이탈리아(3만 2220달러)를 추월했다. 명목 GDP 기준(1조 6305억 달러)으로도 세계 10위다. 거시적·총체적 경제 규모 면을 보면 이미 선진국 그룹에 들어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내부적·미시적·의식적인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과연 선진국으로서의 국격과 자질이 갖추어진 나라인지가 의문이다. 불균형, 불공정, 불평등 상황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토의 불균형 상황을 보면 심히 부끄럽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집중화에 의한 폐해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게다가 그 폐해는 갈수록 더 심각해진다. 수도권 면적은 국토 전체에서 11.8%에 불과하다. 그런데 절반이 넘는 인구가 몰려 있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100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총생산(GDP)의 51.9%다.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86곳의 본사가 수도권에 있다. 경제에 이어 문화 부문의 수도권 집중도 심각 심각하다. 국립문화시설은 48%, 공공도서관은 42%, 미술관은 42.6%, 박물관은 36.5%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또 박물관 소장품의 56.1%가 수도권에서 관리되고 있다. 이건희미술관도 서울에 건립된다.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고, 쏠림이 더 심해진다.

반면 비수도권은 공동화·피폐화·황폐화돼 있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지금은 비수도권이 소멸하고 있는 상태다. 2020년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5곳이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꼽혔는데, 그 중에 97곳이 비수도권이라고 한다. 수도권에는 모든 것이 몰려 있음에도 수도권 주류층을 제외한 대다수는 행복하지도 않다고 한다. 비수도권 역시 마찬가지다. 수도권은 수도권 대로, 비수도권은 비수도권 대로 ‘살아 가기가 힘들다’며 아우성이다. 통상적으로 경제 선진국이라고 하는 국가들은 행복 순위도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제 순위가 10위인데도 행복순위는 149개국 중 62위다. UNCTAD에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인정했음에도 마냥 기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전체, 특히 비수도권의 피폐화 상황이 너무 엄중하기 때문이다. 비수도권이 수도권 처럼 외부적·내부적으로 선진국에 걸맞는 상황이 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됐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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