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암벽에 새겨진 ‘마애불’의 온화한 미소
[시민기자]암벽에 새겨진 ‘마애불’의 온화한 미소
  • 경남일보
  • 승인 2021.07.1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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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사진으로 보았던 마애불이 그저 섬세한 손길이 빚은 선을 따라가다 보면 신비롭고 특별해 보였다. 그 특별함을 느껴 보고자 김해 마애불을 찾아 나섰다.

마애불(磨崖佛)이란 절벽의 바위 면이나 커다란 자연의 암벽 단면에 선각 또는 돋을새김으로 불상을 새겨 놓은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마애불은 특히 화강암 절벽이나 바위에 새겼다. 하나의 예술작품인 듯해 정교하면서 섬세하고 영험한 기운이 감돌기도 하는 조각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초선대 마애불, 구산동 마애불, 진영 봉화산 마애불이 김해의 3대 마애불로 알려져 있다.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안동공단에 위치한 초선대 마애불이다. 공장과 주택에 가려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초선대는 ‘선인을 초대하는 언덕’이라는 뜻으로 금관가야 2대 왕인 거등왕이 칠점산의 선인을 초대해 거문고와 바둑을 즐겼다는 큰 바위가 있다. 넓적하고 평평한 바위에서 거등왕의 근심을 달래기 위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듯하다.

금선사라는 작은 절 내부에는 우뚝 솟은 큰 바위에 부처 형상의 마애불이 새겨져 있었다. 형체가 뚜렷하고 선명한 선들이 섬세하게 연결되었고 얼굴이 온화하고 평화로워 은은하게 스민 미소에 끌린다. 마애불에는 작은 숲으로 꾸민 공원이 있다. 옛 돌섬이라 불린 만큼 고목과 큰 바위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졌다. 바위에는 부처의 발자국 형상과 한자 이름이 적힌 것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동산 위에는 ‘사모정’이라는 작은 정자가 있는데 화폭에 담겨있는 듯 단아하면서 멋스럽다. 도심 속 숨은 공원이지만 동네 어르신의 쉼터이자 누군가의 지친 일상을 잠시 쉬어가는 곳이 되었다.

불어오는 바람소리도 좋고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의 숨결은 또 다른 숲 속에 있는 듯이 오랜 시간 머물러도 좋은 공간이다. 해질녘에는 초선대의 풍경이 고스란히 내려앉아 더 깊게 담겼다. 다음은 구산동 마애불이다.

김해운동장에서 6, 7번 게이트 쪽문으로 가는 길이 지름길이다. 분성산 방향으로 20분이다. 어느 정도 숨이 차올라 설 때 마애불에 도착한다. 가는 길에는 산세가 우거져 새소리, 바람소리가 마치 귀에 울릴 듯 시원하게 들린다. 야생화와 초록 빛깔의 나무들이 내음을 선사한다. 갈림길에 김해 장군차 군락지가 있다. 군락지 사이로 마애불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애불 주변에는 시민들이 등산을 오고 가면서 깨끗하게 정리해 놓았다. 돌탑과 시민들이 심어 놓은 꽃과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86호로 지정된 구산동 마애불은 마애여래좌상이다. 자연암벽에 새겨진 마애불은 연꽃무늬 받침대 위에 가부좌를 취하고 있으며 밋밋한 머리에는 상투 모양의 ‘육계’가 있었고 얼굴에는 눈, 코, 입 등이 얕게 새겨졌지만 입을 보면 온화한 미소가 보는 이에게 절로 마음을 녹이게 한다.

옛사람들의 간절함이 마애불의 속뜻에 담겨 있는 듯한 마음이 선(線刻)을 따라 오롯이 느껴진다. 마애불과 함께 태극문양 재단의 바위와 거북바위 등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형문화재 제40호로 지정된 진영 봉화산 마애불이다. 대통령의 길을 따라 봉화산 가는 방향에 마애불이 있다. 이 마애불은 특이하게도 바위틈에 끼여 동쪽으로 비스듬하게 누워 있었다.

전체적으로 이목구비가 뚜렷하여 편안한 미소가 특징이다. 민머리에 상투 모양이 크게 표현되었으며, 목에는 3개의 주름(삼도, 三道) 흔적이 있다.

김해 3대 마애불을 보면서 각기 다른 형상과 모습으로 새겨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차다웠던 바위의 이미지가 하나의 생명으로 재탄생하였다. 영험하면서도 온화한 미소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우리에게 무엇인가 깨닫음을 주고자 하는 신비로움으로 느꼈던 시간이다.

/강상도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은은하게 스민 미소에 끌리는 초선대마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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