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비움과 채움으로 떠난 즐거운 도서관 여행
[시민기자]비움과 채움으로 떠난 즐거운 도서관 여행
  • 경남일보
  • 승인 2021.07.1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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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입니다.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몸과 마음에 피로를 덜어낼 시간입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여름휴가라고 멀리 떠나기 어려운 요즘이기도 합니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내 안을 비어내고 채울 수 있는 곳은 많습니다. 이 중에서도 진주 선학산 자락에 있는 진주시립연암도서관은 지난해 새 단장을 한 뒤 더욱더 비우고 채우기 좋은 힐링 장소로 거듭났습니다.

연암도서관 입구에 이르면 먼저 리아트리스 보랏빛 꽃들이 까치발을 한 듯 길게 목을 내고 반깁니다. 덕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환영받는 기분입니다. 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길은 크게 3갈래입니다. 차도와 계단길 그리고 나무 데크 산책로입니다. 어디로 걸어도 좋지만 무성한 벚나무 잎들이 뿜어내는 녹색 샤워는 피할 수 없습니다.

고개 들어 올려다본 하늘은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보석처럼 뿌려져 내려옵니다. 덕분에 녹색 기운을 한가득 채웁니다.

본격적으로 나무 데크 산책로로 향하자 먼저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이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라는 방문객(정현종 지음) 구절이 어마어마한 일에 동참하는 기분을 자아내게 합니다. 산책로 중간중간 가슴에 새겨둘 좋은 글귀들이 올라가는 걸음을 가볍게 합니다. 글귀를 읽으며 숨을 고르고 일상의 찌꺼기를 버립니다.

도서관 건물이 가까워질 무렵 쉼터가 나옵니다. 등나무꽃들이 풍성하게 진보라 빛으로 피었습니다. 등나무 쉼터 옆으로도 나무들이 에둘러 있어 깊은 산속에라도 온 듯 넉넉한 그늘을 선물합니다. 야외용 헬스기구에 육중한 몸을 싣자 딱딱하게 굳었던 긴장의 근육들이 풀립니다. 흔들 그네 의자에 앉아 덩달아 흔들흔들. 일상의 번뇌는 사라집니다.

도서관으로 성큼성큼 들어가자 솔잎금계국들이 황금빛으로 환영의 인사를 건넵니다. 덕분에 마음은 부자인 양 풍성해집니다. 도서관은 리모델링 전과 달리 탁 트였습니다. 책들이 켜켜이 쌓인 공간이 열린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책과 함께 넉넉한 시간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물어보는 듯합니다.

어린이들이 즐겨 이용할 어린이도서실은 더욱더 친근한 형태입니다. 작은 동굴 같은 나만의 공간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지하 열람실과 노트북실 등은 이용이 중지되었지만 읽고 싶은 책들 사이를 물고기가 헤엄치듯 찬찬히 구경합니다.

2층 개방형 서가 옆에는 전화부스가 있습니다. 휴대전화 사용 편의를 위해 소음 방지 전화부스입니다. 걸려 온 전화 받느라 급하게 도서관 밖으로 나갈 일을 줄었습니다. 책을 읽습니다. 일상의 묵은 때를 비울 몸과 마음에 새로운 양식을 채웁니다. 책을 개운하게 읽고 나자 괜스레 입이 궁금해집니다.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걸음이 향한 곳은 커피숍 ‘북카페 연암’입니다.

진주시 노인 일자리전담기관 ‘진주 시니어클럽이 도서관 1층에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개소했다고 합니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생겨 기쁘고 즐겁습니다. 코로나 19로 포장 구매만 가능한 게 아쉽지만, 도서관 주위 넉넉한 풍경 아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진다면 아쉬움은 사라집니다. 진주시립 연암도서관에서 일상의 쉼표를 찍습니다. 비움과 채움으로 떠난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김종신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진주시립 연암도서관으로 올라가는 나무데크 산책로, 어린이도서실, 북카페 연암, 개방형 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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