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어머니의 보호자
[경일춘추]어머니의 보호자
  • 경남일보
  • 승인 2021.07.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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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협 (진주기억학교·우리家 원장)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단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Mother(어머니)’가 단연 1순위로 뽑혔고, 2위가 Passion(열정), 3위가 Smile이었다. Father는 10위 안에 없다고 하는데 필자가 질문을 받았더라도 별반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 듣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람, 또는 따뜻해지는 사람, 눈가가 촉촉해 지는 사람 등 다양하다. 어머니는 자식에게는 창조의 신이며, 안식의 공간이고, 회복의 쉼터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어머니는 1933년생으로 일본에서 초등교육을 받고, 해방이 되면서 고향에 오셨다가 집안 어른들의 강권으로 청주한씨 집안 아버님께 시집을 오셔서 단목골댁이란 택호로 70년을 대한민국의 어머니 상으로 살아 오셨다.

어머니는 허리도 곳곳하시고, 목소리도 카랑카랑 하시며 기억력과 역사에 대한 지식이나 수리적 계산은 나보다 훨씬 빠르다. 그러나 똑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되풀이 하시는 것을 보면 치매가 어느 정도 진행됨을 확인 할 수 있다.

지난 연말 새벽에 화장실을 가시다가 미끄러져 대퇴골 골절로 큰 수술을 받고 그 후유증으로 휠체어에 의지한 채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계신다. 병원 진료일 병원을 찾아 의사 선생님의 상담을 마치고 진료실을 나서는 나에게 간호사 선생님은 “다음 달 진료 일에도 반드시 보호자가 같이 와야 한다”며 내가 어머니의 보호자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나는 50년이 넘도록 어머니의 그늘에서 살았고, 어쩌면 27년 전 유명을 달리하신 아버님의 은택으로 산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내가 완전한 어머니의 보호자가 된 것이다.

어머님은 5남매에게 보호자를 넘어 튼실한 울타리의 역할을 하셨지만 다섯 보호자는 한 어머니를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하고 있으니 이 불초함을 어떻게 사할 수 있을까?

노인복지에 헌신하며 젊음을 불태운 시간들을 돌이켜본다. 요양원을 하려는 나에게 어머님은 “어르신들이 흘린 밥풀을 주어먹을 마음이 없다면 복지한다고 하지 말거라 그것은 위선이다”는 말씀을 주셨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그 말씀을 사명처럼 받들고 어르신들을 내 부모 모시듯 하겠다는 의지로 살았다고 자부 하지만 정작 나의 어머님께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효를 실천하지 못했다. 어쩌면 병든 어머님을 집에 두고 밖에 나가서 효자임을 인정해 달라는 처사는 아니었는지 반성할 일이다. 한삼협 (진주기억학교·우리家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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