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직원에 대한 호칭 문제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직원에 대한 호칭 문제
  • 경남일보
  • 승인 2021.07.1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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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소들에게 톰이니, 피터 또는 존이라는 이름을 지어 부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우유 생산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되어 매우 흥미를 끌게 되었다. 영국의 뉴캐슬 대학교 농과대학의 캐스린 더글라스(Catherine Douglas)박사와 피터 롤린슨(Peter Rowlinson)박사는 젖소들에게 이름을 불러주며 한 사람의 개인처럼 대한 결과, 그렇지 않은 젖소들과 비교했을 때 3.5% 더 많은 우유를 생산해내었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결론은 “행복한 젖소들은 우유를 더 많이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에 있어서나 조직 생활에 있어서 개개인이 어떻게 호칭되고 불리는가가 상당한 의미와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는 연구결과로 여겨진다.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턴은 직원들을 부를 때에 ‘동업자들(associates)’이라고 호칭하였고, 세계적 패스트푸드 체인 업체인 맥도날드에서는 직원들을 여객기나 여객선의 승무원 즉 ‘Crew’라고 부른다. 여객선이나 비행기는 불행한 사고라도 나게 되면 그 비행기나 배와 운명을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이른바 ‘한 배에 탄 공동운명체’와 같은 공동체 의식이나 동료의식을 강조하는 호칭으로 볼 수 있다. 월트 디즈니 프로덕션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를 제작하는 조직답게 직원들을 캐스트(cast) 즉 배역진이라고 부른다. 구글(Google) 직원들은 자신들의 직장을 구글 캠퍼스, 열정적으로 일하는 자신들을 구글러(Googler)라고 부른다.

한편 미국의 J.C. Penny 백화점에서는 동료(colleagues)라고 부른다. 그리고 리츠칼튼 호텔은 직원들에게 스스로 “신사 숙녀에게 봉사하는 신사 숙녀”라는 것을 모토로 가슴에 새기게 했다. 이는 리츠칼튼 호텔 체인의 회장이었던 호스트 슐츠(Horst Schulze)가 “신사 숙녀에게 봉사하는 우리는 고객처럼 신사 숙녀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업계에 있는 멋진 사람들은 이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라는 사실을 내외부에 널리 공지하기 위해 만든 모토이다. 우리나라 코웨이에서는 고객 가정을 방문해 렌탈 정수기를 관리해주는 여성 직원들을 ‘코디’라고 부르는데, 그 의미는 ‘코웨이 레이디’의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를 따서 만든 호칭이라고 한다.

기업 조직에 속한 성원들을 지칭하는 표현이나 명칭들은 매우 다양한 편이다. 가장 일반화 되고 보편적인 표현은 종업원이라 할 수 있다. 그 의미는 ‘(특정)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구성원)’이라는 것이고, 직원이라는 표현은 사무직이나 생산직, 관리직에서 자기 직무를 수행하는 구성원이라는 의미다. 다음으로 사원이라는 표현은 ‘회사 구성원’의 줄임말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최고경영자가 자기 회사의 구성원들을 호칭할 때에, ‘종업여러분’, ‘직원여러분’, ‘사원여러분’ 아니면 ‘동료 여러분’, ‘동업자 여러분’ 등과 같은 호칭들 가운데서 하위직의 구성원들이 어느 것을 더 좋아하고 더 소속감이나 자긍심을 가지게 될까?

이러한 호칭의 문제는 직업 명칭과 관련지어 지적될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 1993년 1월에 통계청이 표준직업분류를 개정 고시한 내용 가운데 구두닦이를 구두미화원으로, 청소부가 환경화원으로, 때밀이를 욕실종사자로 바뀌었는가 하면, 종래의 식모가 가정부로, 운전수가 운전기사, 간호부가 간호사 등으로 바뀌기도 하였다. 하지만 혹자는 직업 명칭을 고치는 것은 오히려 직업의 귀천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돋우는 결과가 되고 열등의식을 갖게 하는 반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도 지적한 바 있다. 그래서 그 직업 속에 담긴 의미와 긍지를 찾아주는 것이 그 이름을 바꿔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장미라는 것은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그 향기에 변함이 없다’는 명언이 있긴 하지만,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속담이 주는 의미도 간과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앞서 예거한 호칭들은 모두 “당신은 우리 조직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존중과 배려 그리고 애정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직무만족도가 높고 행복한 직원이 좋은 성과를 낳는다’는 명제는 설득력을 지니는 것이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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