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재정을 풀고 자영업자를 구하라
[경일시론]재정을 풀고 자영업자를 구하라
  • 경남일보
  • 승인 2021.07.1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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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 (경상국립대 국어국문학과·문화콘텐츠학과 교수)
 


필자의 친동생은 미국에 있다. 영주권도 없이, 사업비자로 미국에서 작은 가게를 하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 미국에 갔지만, 제대로 자리도 잡기 전에 옆 가게에서는 화재가 발생하고, 연이어 코로나까지 터졌으니 가족들은 동생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해도, 해외로 송금할 수 있는 돈의 한계는 뻔하고, 한두 푼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도 아닐 터이니, 그저 잘 버텨내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외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보조금을 외국인 사업자에게도 지급한다. 특히 자영업을 하는 모든 이에게는 더더욱. 그나마 사업 아이템을 잘 정한 탓에 최소규모의 매출은 나오고 있는 상태였지만, 자영업자가 돈을 얼마나 버는지, 못 버는지 깐깐하게 묻거나 따지지 않고 나오는 보조금 덕에 동생의 사업체는 아직 굳건하다. 사업주가 영주권을 획득하지 못한 사람이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같은 땅에 사는 거주민으로 보는 셈이다. 어디 그뿐인가. 건물주는 알아서 임대료를 인하했을 뿐더러, 정부의 보조금은 임대료와 사업비 양쪽 항목으로 지급되니, 가끔은 코로나 이전만큼의 소득이 나올 때도 있어서, 장사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인 것 같다. 그럼 이 땅의 자영업자들은 정부에게서 어떤 지원을 받고 있을까? 전국민 대상의 재난지원금이 아닌, 자영업자를 위한 재난지원금을 받아본 적은 있을까?

정부와 지자체는 여러 번, 소위 재난지원금이라는 걸 나눠주고 있다. 코로나로 위축된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 지원 방식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선별적 지원과 보편적 지원 가운데 어느 쪽이 맞는지를 딱 잘라 말하기는 필자의 전문 분야가 아닌 관계로 생략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래도 확실한 건 있다. 우리 주변의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공동체는 바로 붕괴한다는 사실이다.

1997년 IMF 사태와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부가 빚을 내서 재정을 확대하는 데에 반감이 많다 싶다. 많은 지표들이 정부의 부채 규모나 재정 상태가 OECD 국가 가운데 비교적 양호함을 보여주고, 재정 적자를 확대해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옳다고 이야기해도, 경제와 재정을 맡고 있는 관료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한편 월급생활자들은 자영업자들에게만 지원금이 나가는 것에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코로나의 폭발적인 재확산으로 수도권 중심의 강력한 거리두기 4단계가 실시되면, 그간 간신히 지탱해온 자영업자들의 삶은 더 버틸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록다운에 가까운 2주간의 기간이 지나면, 7말 8초의 휴가 기간으로 거리가 텅 비는 곳들이 생긴다. 휴가가 끝나고 두 달 남짓 흐르면, 최대 10일에 이르는 추석연휴가 온다. 코로나로 명절 대목을 누릴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연휴로 가게 문을 열지 못하게 되면, 이는 폐업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추석 이후에는 한글날 연휴가 지속된다. 자영업자들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한 번 무너진 경제와 상권을 다시 일으키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 위기에 빠져 있는 자영업자들은 우리의 이웃이다. 더 늦기 전에 자영업자들에게 무조건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손쉬운 대출 지원 말고, 직접적인 무상 보조금을 투입해야 한다. 같이 사는 세상이다. 우리 가정과 직장 주변의 수많은 가게들이 문 닫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영업자를 살려라. 그래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를 우리 이웃과 함께 버틸 수 있다.

서유석 (경상국립대 국어국문학과·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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