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혐오 표현에 대한 단상
[대학생칼럼]혐오 표현에 대한 단상
  • 경남일보
  • 승인 2021.07.2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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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혐오의 시대’다. ‘급식충’, ‘김치녀’, ‘외퀴’, ‘지잡대생’, 최근에는 ‘틀딱’, ‘맘충’, ‘잼민이’ 등.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혐오 표현이 끊임없이 양산, 사용되고 있다. 혐오 표현의 대상은 장애인, 성소수자 등 특정 집단을 비롯해 세대, 성별, 인종, 질병에 대한 것으로 다양하다. 사실 예나 지금이나 특성 집단, 계층 혹은 세대를 혐오 대상으로 지칭하는 단어는 사회에 늘 존재했다. 다만, 비하의 내용이 구체화되고 대상이 명확해졌을 뿐이다. 필자가 몸담은 대학 사회만 봐도, 대상과 공간을 막론하여 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이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난관이 아닐 수 없다. 주로 상대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혐오 표현은 상대적으로 권력을 가진 자에 의해 만들어진다. 또, 여기서부터 혐오 표현은 재구성, 재생산된다. 여러 측면에서 입체적일 수 있는 특정 개인과 집단은 그저 비하적인 특성으로 단정된다. 혐오 표현은 도구적인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며, 더 나아가 증오 범죄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혐오 표현은 위험하다.

다른 사람, 다른 집단을 ‘혐오하는 감정’과 ‘혐오하는 행위’가 나쁘다는 것을 판단하기는 쉽다. 하지만 혐오란 무엇이며, 혐오의 기준이 무엇인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2018년 발의된 ‘혐오 표현 규제 법안’과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평등법)’ 등, 혐오 표현을 법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있었다. 이처럼 늘어나는 혐오 표현과 비례해서 혐오 표현을 사용을 자제하자는 시도가 있으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가 혐오 표현인지 그 범위를 정하기는 쉽지 않을뿐더러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여기서, 사회적인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에 앞서 개인이 자정적인 노력을 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먼저 혐오 표현을 혐오 표현이라고 규정하기 위해서는 단어 자체의 사전적 의미도 중요하지만, 당초 유래, 사회적인 맥락, 당사자를 고려한 담론이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특정 표현이 혐오 표현이냐 아니냐 따지는 데만 매몰되기보다는 차별적으로 경계 짓지 않는 태도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지나친 불편함이 아닌가 생각하기 전에, 이 같은 사회적 인식이 담긴 언어표현은 또 다른 혐오와 차별을 낳지는 않을지 한 번쯤 재고해보는 노력 말이다. 그 누구도 대상을 함부로 혐오할 자유는 없다. 함부로 혐오를 소비할 자유도 없다.

이예진 (경상국립대 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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