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청렴 및 학부모교육 강사)
42년간 몸담아 온 교직을 떠난 서운함을 달래기 위해 하루 종일 운동 삼매경에 빠졌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시점 어깨가 탈이나 수술을 하고 고통과 좌절감에 집 앞의 촉석루를 걷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무심히 지나친 것들이 어느 순간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발밑에 부서지는 낙엽의 아픈 소리, 작별의 인사도 없이 자태를 뽐내다가 떠나는 단풍의 마지막 모습, 반짝이는 강물의 윤슬!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내 주위의 낯익은 풍경들이 소리없이 내 몸으로 스며든다. 주자가 말했던가. 젊어 몸을 보(補)하지 않으면 늙어 후회한다고. “몸이 아픈 것은 안 좋지만 그로 인해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얻었으니 나쁘지만은 않구나”말한 소동파의 말에 위안을 얻는다.
이기기 좋아하는 내 승부심이 결국 지기 마련임을 알면서 행하지 않았으니 누구를 원망하랴! 주위에서는 “너무 운동이 과하다”고 걱정해주었으나 마음의 빨간 약인 경청을 등한시 하였으니 자업자득이다.
수술 후 거울을 보니 그 새 또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자국을 남겼다. 늙어가는 것이 슬픈 이유는 재산, 손주, 명예 등 모든 것을 이 세상에 두고 가지 않으려고 하는 마지막 욕심이다.
산을 보면 산의 높음을 배우고 나무를 보면 나무의 푸름을 배워야 하는데 나는 무엇을 배우며 살아왔는지 한심스럽다. 내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뿐인데 백년도 못살면서 천년을 살 것처럼 어리석은 집착에서 헤매었으니….
아일랜드 패트릭의 “고통은 인간을 생각하게 하고, 생각은 인간을 지혜롭게 하고, 지혜는 인생을 견딜만하게 만든다”는 말에 위안을 얻는다.
몸은 마음의 거친 표현이라, 의사선생님 말씀처럼 수십 년을 괴롭혀 온 내 육신! 이제 좀 쉬게 하자. ‘공부는 잃어버린 내 마음을 찾는 것’ 이제부터 잠시 빨간 불에 내 몸과 마음을 멈추고, 파란 불이 들어올 때까지 내 마음 찾는 공부나 하자!
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청렴 및 학부모교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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