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이제부턴 ‘박생광’ 화백이다
[경일포럼]이제부턴 ‘박생광’ 화백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7.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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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상국립대 교수)
 


지방의 ‘이건희 컬렉션’ 유치전은 실패했다. 진주를 비롯한 각 지자체가 내세웠던 명분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의 문화 분권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방 설립에 대해 처음부터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갖가지 작품의 특성상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고 본 모양이다. 그래서 서울로 정한 건 무리가 없다는 게 중평이라고 한다. 지금부턴 ‘이건희 컬렉션’ 모두를 한 곳에 모으는 ‘이건희 기증관’을 설립할 것인지, 유형과 시대별로 분류해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한 것인지가 논의의 대상이다. 지역균형발전 측면보다는 작품의 제대로 된 관리와 배치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 ‘근대’ 미술관을 설립하는 게 그나마 일관성이 있어 보인다.

이번 유치전을 1회성 해프닝으로 끝낼 게 아니라, 지역에 있는 미술관을 성숙시킬 수 있는 논의로 이어가야 한다. 지방에서도 유명한 작품들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실력’에 대해서 말이다. 진주시는 정부의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 표현과 함께 대안으로 서부경남만의 특화된 문화공간 조성을 약속했다. 지역의 미술관과 지역 출신 화가들의 진면목을 되돌아 보는 자양분으로 삼자는 의미에서 적절한 대응이라고 본다. 향후 정부가 국립현대미술관 남부관 건립을 비롯한 국립문화시설 확충 등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할 경우에 대비해 진주도 그에 부응하는 실력을 배양해 나가야 한다. 진주시가 “진주성 내 국립진주박물관이 옛 진주역 철도부지로 이전하면 현 국립진주박물관은 비게 되고, 소유권은 진주시로 전환된다”며 “이 빈 공간에 100억원을 투입해 리모델링을 실시하고 특화된 국·공립문화시설을 유치하겠다”고 한만큼 무엇을 어떻게 채워 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강원 양구에 ‘박수근 미술관’이 있다. 화가가 태어난 야트막한 산자락의 집터에 들어선 미술관은 고즈넉하다고 알려져 있다. 차분한 미술관 자체의 분위기에 취했다가 화가의 진본 그림들이 부족해 아쉬움이 컸었는데 근래 뜻밖의 경사를 맞았다.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이 박수근 화백의 그림 18점을 기증하는 꿈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서귀포 이중섭미술관, 대구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등 혜택을 받은 곳들 또한 하루아침에 미술관의 품격이 달라졌다. 멋진 미술관이 있어 관광객이 몰려오면 지역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쇠퇴해가던 스페인의 지방 공업도시 빌바오는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하며 경제 부흥을 꾀한 바 있다.

진주에도 경남진주혁신도시에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이 있다. LH가 지역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지어 준 것이다, 아쉽게도 이건희 컬렉션에 이성자 화백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박생광 화백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이참에 지역의 미술관을 성숙시키고 지역 출신 화가부터 제대로 알리는 작업으로 이어갈 필요가 있다. 그 초석으로 향후 리모델링하게 될 현 국립진주박물관이나 경상국립대(구 경남과기대) 100주년 기념관에 박생광 화백의 상설전시관 구축을 제안해 본다. 박생광 화백은 1910년 학부 고시 제9호로 설치인가를 받았던 소위 진주농림(현 경상국립대)이 배출한 걸출한 인재의 한 분이다. 12회 졸업생으로 일본 유학 후 고향 진주에서 개천예술제 창제 기여 등 활발한 예술 활동을 했으며.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르 살롱전에 특별 초대돼 한국미술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색채의 마술사이자 민족혼의 화가로 한국 채색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고 본다.

윤창술 (경상국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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