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재난지원금은 재난당한 사람에게
[경일포럼]재난지원금은 재난당한 사람에게
  • 경남일보
  • 승인 2021.07.2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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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지난 3일 여야는 국회 본회에서 34조 9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88:12’의 갈라치기로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이 아닌 약 4500만명의 국민이 선별적으로 1인당 25만원을 받게 된다. 이번 추경은 사상 최대의 ‘슈퍼 추경’이지만, 소득 하위 88% 지급은 ‘정치 추경’이라는 오명과 함께 당정과도 손발이 맞지 않는 자기 방편적 편성예산이다. 정부는 소득 기준 ‘하위 70%’ 선별 지원을 고수해 왔고, 여당은 전 국민 지원을 주장해 오다 당정 합의에 따라 80%로 결정됐다. 그러나 포퓰리즘이란 달콤함에 못 이겨 여당은 당정의 합의를 깨고 ‘90%+알파(α)’의 카드까지 꺼내다 뜬금없이 88%로 타협했다. 88%는 정치공학적 꼼수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길은 정치가 내고 정부는 낸 길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불성설이다. 재정 운용은 행정이지, 정치 영역이 아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낭패불감(狼狽不堪)이다. 피해자 중심의 선별적 지원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야당 대표가 여당 대표를 만나 ‘전 국민 지원’을 덜컹 약속한 상황이다. 하는 수없이 여야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을 만나 ‘1인 가구 소득 5000만원 이상 등 고소득자와 고액 자산가를 제외하고, 1인당 25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합의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88% 지급을 선별적 지급이라면 ’소가 웃을 일로‘ 꼼수 정치의 산물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4차례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1차는 전 국민을 상대로 지급했고, 2∼4차는 선별적으로 지급했다. 1차의 보편적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는 미미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정부 아니 정치권에서는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정치적 표 계산에만 집착한 나머지 이번 5차에서도 전 국민에 가까운 재난지원금을 살포하려 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 가까이 코로나 확진자가 1500명 수준을 넘나들어 많은 전문가는 4차 대유행을 예견하고 있다.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몰라 장기화가 점쳐지고 있다. 소비 진작을 위한 재난지원금은 코로나 장기화와 궤를 같이하기 어렵다. 코로나 장기화는 재정 소요가 얼마가 될지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반면 이를 감당할 재정 곳간은 빠르게 비워가는데 설상가상으로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정치인은 곳간을 풀 생각만 하고 있어 국가의 앞날이 암담해진다.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에는 약 660조원이었으나, 올해는 1차 추경 기준으로 966조에 달해 이 정부가 끝날 즘에는 10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견된다.

재정 적자란 정부의 조세수입이 정부지출을 초과하는 것 즉 초과 재정 지출을 의미한다. 초과 재정 지출의 자금 조달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국채 발행과 중앙은행을 통한 화폐 발행을 통한 조달하는 방식이다. 초과 재정 지출은 정부가 빚을 내 돈을 쓰는 것이므로 결국 어떻게든 갚아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초과 재정 지출→재정승수효과→경제성장→세수 증대→적자재정 감소'이다. 그러나 '초과 재정 지출→인플레이션 유발→이자율 상승→투자 감소→세수 감소→적자재정 확대'의 악순환도 발생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후자 쪽으로 갈 확률이 높은 것은 경제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따라서 재난지원금 대상을 대폭 줄여 실제로 고통을 받는 계층에 집중 지원해야 경제회복의 가능성을 열어 둘 수 있다. 지금의 상황에서도 호황을 누리는 업체와 정액 보수를 꼬박꼬박 받는 사람에게 재난지원금 지급은 가당치 않다. 이들에게 재난지원금 지원은 저축이 되어 경제순환 과정에서 누출(leakage)이 된다. 따라서 국민소득 순환 계정에 부(-)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경제원론의 기본 이론이다.

이웅호(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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