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53]‘두리’가 들어간 토박이말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53]‘두리’가 들어간 토박이말
  • 경남일보
  • 승인 2021.07.2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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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이면 둥근 쇠상에 둘러 앉아 찬물에 밥을 말아 먹던 어릴 적 일이 떠오릅니다. 밭에서 갓 따온 풋고추와 오이를 된장에 찍어서 먹으면 그렇게 맛이 있었지요. 얼마 앞에 다른 곳에서 ‘두리기’라는 말을 알려드린 적이 있는데 그 말과 함께 ‘두리-’가 들어간 토박이말을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두리기’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크고 둥근 상에 음식을 차려 놓고 여럿이 둘러앉아 먹음’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으나 보기월은 없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두리반에 음식을 차려놓고 여럿이 둘러앉아 먹는 일’이라고 풀이를 하고 “빵들을 좋아한다니 한 쟁반 두리기로 내다 주면 시커먼 볼따구니가 미어져라 욱여넣겠군”을 보기로 들었습니다.

이처럼 여럿이 둘러앉아 먹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두리기’라는 것은 ‘두리’라는 말을 알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두리’는 ‘둘레’와 뜻이 같은 말입니다.

다시 말해 ‘둘레’와 ‘두리’는 뿌리가 같은 말로 같은 뜻인데 그 꼴이 다른 것이지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을 함께하는 모임을 가리키는 ‘두레’라는 말과 ‘둥근 켜로 된 덩어리를 세는 하나치(단위)’를 이르는 ‘두레’도 같은 뿌리를 가진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것을 알면 위에 나온 ‘크고 둥근 상’을 ‘두리반’이라고도 하고 ‘두레반’이라고도 하는 까닭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두레방석’과 ‘둘레방석’이 같은 말인 것도 같은 까닭이랍니다.

우리가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먹거리를 먹을 때 ‘회식’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저는 ‘두리기’를 여럿모여 함께 먹는 ‘회식’을 갈음해 쓰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뜻을 넓혀 주면 우리 토박이말을 쓸 일이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리’가 들어간 말에 ‘두리갈램’, ‘두리기둥’, ‘두리넓적하다’, ‘두리두리’, ‘두리뭉실하다’ 들이 있습니다. ‘두리갈램’은 ‘나무가 나이테를 딸라 둥글게 갈라진 틈서리’를 뜻하고 ‘두리기둥’은 ‘둘레를 둥그렇게 깎아 만든 기둥’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두리넓적하다는 ‘모양이 둥글고 넓적하다’는 뜻이고 ‘두리두리’는 ‘둥글고 커서 시원하고 보기 좋은 모양’을 가리키는 말인데 ‘두리두리 잘생긴 사람’처럼 쓸 수 있습니다. 잘 아시는 ‘두리뭉실하다’는 ‘모나거나 튀지 않고 둥그스름하다’는 뜻도 있고 ‘말이나 태도 따위가 똑똑하지 아니하다’는 뜻으로도 쓰는 말입니다.

이것 말고도 ‘두리’가 들어간 말이 더 있습니다. 그런 말을 보시면 ‘둘레’를 떠올리시고 ‘둥글다’는 뜻이 있을 수가 많으니 그렇게 뜻을 어림해 보시면 크게 틀리지 않으실 것입니다. 이렇게 말과 말이 어떻게 이어지고 걸리는지를 알아가는 재미와 함께 더욱 넉넉한 말글살이를 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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