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댓글 폭주로 끝난 LH개편 공청회
비난 댓글 폭주로 끝난 LH개편 공청회
  • 강진성
  • 승인 2021.07.28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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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 1차 온라인 생중계, 국토부, 수직 분리 필요성 발제
댓글 참여자 조목조목 반박·조롱…내달 2차 공청회 뒤 최종 결정
머쓱한 공청회였다. 국토부는 쫓기듯이 개혁안을 밀어부치는 모습이다. 일부 토론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학식뽐내기 발언을 했다. 실시간 댓글창에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의 줄임말)’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28일 국토연구원이 유튜브 생중계로 ‘LH 조직개편안 1차 공청회’를 열었지만 온라인 국민 참여자로부터 비난만 받은 채 마쳤다.

공청회는 정우진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과장의 발제에 이어 전문가 7인 토론으로 이어졌다. 이날 국토연구원 TV 접속자는 700여명에 달할만큼 관심이 컸다.

정우진 과장은 기존에 알려진 3개 개편안별 장단점을 소개했다. 개편안은 알려진대로 ‘토지부문, 주택부문+주거복지부문 병렬 분리(1안)’, ‘주거복지부문, 토지부문+주택부문 병렬 분리(2안)’, ‘모회사(주거복지부문)와 자회사(토지부문+주택부문)로 수직 분리(3안)’이다.

국토부는 3안을 가장 선호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3안 지지, 성급한 개편 반대, 조직개편 반대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김갑순 동국대 교수는 “공공기관이 국민 신뢰를 잃으면 기업으로보면 상장폐지와 같은 의미다”며 “새로운 정체성 마련, 기존사태 재발방지 대안으로 조직개편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3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전제한 뒤 “주거복지부문을 모회사로 하는 것 만으로도 새로운 미션이 국민주거복지 향상을 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차보전 등)회계적 관점에서도 3안이 가진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직개편에 대한 속도조절 필요성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3기 신도시와 2.4대책을 동시에 추진할 경우 내부 구성원의 저항이 상당하고 내년 새정부 출범이라는 시기와 맞물려 혼란과 비효율이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슬림화(인원, 업무 감축 등) 이후 조직개편으로 단계별로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단국대 교수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만든다음 조직개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주거복지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요구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래를 내다보는 조직개편이 돼야 하며 공공재정 투입 없이 공기업의 공공기능 강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국토부 개편안에서)교차보전 방안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백인길 대진대 교수는 혁신안 자체에 대한 필요성에 의문을 표시한 뒤 3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백 교수는 “택지개발 사업은 토지소유자, LH, 민간사업자, 수분양자 모두 막대한 이익이 발생하는 사업이다”며 “진행과정에서 부패와 비리 유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진단했다.

이어 “혁신을 이야기 하기 전에 정부가 개발이익을 어떻게 환수할 것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며 “(개발이익 환수 없이)혁신안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또 “3안의 모회사-자회사 감시기능은 사실 같은 회사로 허지부지될 가능성 있다”며 “강력한 통제장치는 외부에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LH조직개편안 자료를 보면 기능분리를 전제해 놓고 간 것 아닌가하는 느낌이 든다”며 “결론이 너무 눈에 보인다”고 꼬집었다.

성시경 단국대 교수는 “3안에 나온 모회사-자회사는 현행법 체계에서 확실하게 하기 어렵다”며 “또 모회사-자회사 간 내부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LH사태가 개인적 문제인지, 조직적 문제인지, 구조적문제인지 처방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조직개편에 대한 문제가 내부비리, 부정부패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며 “지금 이 시점은 LH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준 뉴스원 기자는 “국민이 화가 나 있다고 분리를 해야하냐”며 조직개편 자체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이어 “썩은 사과가 몇 개 있다고 뿌리채 뽑지 않는다”며 “조직개편을 앞두고 LH직원들은 3기신도시 등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개편은 국민의 실익에서 어떻게 가져가야하나가 중요하다”며 “쪼개야 한다, 바꿔야 한다에 집착해선 안된다”고 개편 필요성에 사실상 반대했다.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3안이 가장 낫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 원인은 LH의 구조적 문제(거대화, 권한 독점 등)에 있다”며 “모회사-자회사 구조를 통해 견제하고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댓글 창에는 조직개편이 본질이 아니라는 글과 국토부를 비난하는 글이 주를 이뤘다. “답을 정해놓고 왜 공청회를 하나”, “모회사가 자회사를 통제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조직 분리하면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진다”, “국민분노 해소용 개편안은 보여주기 쇼”, “지역의견 배제한 개혁안 반대”, “국토부가 말할 자격없다”, “국토부부터 개혁하라” 등 의견이 올라왔다.

한편 국토부는 내달 중으로 2차 공청회를 가진 뒤 8월말 께 정부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28일 오후 2시 유튜브 채널 국토연구원TV에서 LH개혁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접속자가 700명을 넘기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사진은 생중계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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