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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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1.07.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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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김유철의 시와 시대 속의 사람들(1)
김유철 시인은 작가회의와 마산 가톨릭문인회에서 활동하는 시인이다. 필자는 저 시인이 무엇인가가 되든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시인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필자와는 마산에서 주로 모이는 가톨릭문인회에서의 행사에서 더러 만나지만 터놓고 문학 이야기를 한다거나 문학이 어디로 가야 한다거나 하는 데 대한 토론을 벌여본 바도 없다. 다만 인상으로 한 마디씩의 발언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전부였다.

이번에 모처럼 그는 시집 ‘산이 바다에 떠 있듯이’(불휘출판사)를 내었는데 시대적인 의식이나 역사에 의존하는 심상을 시로 읊어내는 시인임을 보여준 것이다. 그다운 시, 그다운 역사를 바라보게 하는 노작을 선물처럼 한 광주리 내놓고 있어서 가톨릭교회의 지난주 말씀이 남은 빵과 고기가 12광주리나 되었다고 하는 구절을 생각하게 했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사람의 길이 시대 속에 머물 듯/ 시도 시대를 비껴 갈 수가 없었다.// 시절을 버티게 한 것은 시였다./ 검붉은 시대도, 연녹색 시대도, 시는 버틸 언덕이 되어, 쓰고 또 쓰게 만들었다.” 시대가 그로 하여금 시를 쓰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 시인에게 시를 쓰게 한 에너지를 만들어주는 시대란 무엇일까? 그는 차례에서 시대의 길, 연대의 길, 사람의 길 3장으로 나눠 시를 엮었다.

필자는 시대의 길에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시가 가슴을 두드려주는 몫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진달래 여기 지다> <또 진달래 지다> <꽃들이 가는 길, 잎들이 가는 길> <정의비를 세우다> 등이 그 차례다.

“무명저고리 입은/ 조선의 딸은 /오늘 떠나지만/ 그대 기억하라// 자목련이 눈물되어/ 송이 송이 흐느낀다/ 햇볕 좋은 사월 어느날/ 조선의 딸이 진달래 되어/ 뚝뚝 떨어진다//개나리꽃 제비꽃/ 복사꽃/ 온천지 만발해도 / 벚꽃은 피지 마라/제발 제발 / 벚꽃은 피지 마라// 세상 올 때 입었던 맨몸으로 / 조선의 딸은 /오늘 떠나지만/ 그대 기억하라 ”

인용시는 2008년 4월 5일 위안부 피해자 김음전 할머니 추모식(마산연세병원)에서 읽은 조시이다.무명저고리 입은 조선의 딸이 진달래로 지고 있다는 슬픈 시다. 위안부 할머니를 진달래에다 비긴 것이 더 절실하고 아프게 다가온다. 시인은 후반에서 “또 얼마나 조선의 딸이 필요하냐/ 또 얼마나 가슴에 찔러댈 못이 필요하냐”하고 가슴치는 소리를 내고 있다. 오늘 이나라 산하는 진달래가 피고 진다. 그러나 위안부 역사가 그 꽃떨기와 함께 지고 있으니 나라가 있고도 지나간 상처는 상처로 아프다.

필자는 이 시<진달래 여기 지다>를 읽으며 그 전에 씌어진 우리나라 진달래는 과연 아픔인가, 눈물인가를 되새겨 보게 된다. 박봉우의 <진달래가 피면 무엇하나>가 떠오르는데 박시인은 남북 통일이 되지 않은 산하에 또 진달래가 피면 무엇하나, 라고 노래했었다. 물론 그 문제는 그 시대의 이야기로 절실한 것이었는데 이 김시인의 진달래는 그보다 더 본질로서의 시대를 노래하고 있어서 가슴을 울려주고 짚어준다.

<또 진달래 지다>는 2011년 1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임정자 할머니의 추모식(마산 으료원)에서 읽었던 조시다. 그 할머니의 고향은 진주였다. 끌려간 이 나라 하늘, 아니 진주의 하늘은 어두운 먹구름이 끼었던 것일까? 천둥이 치고 벼락이 총독부로 달려가서 떨어졌던 것일까?

“하얀 저고리/ 검정 치마/ 조선의 딸이/ 오늘 베옷 입고 길 떠나 하늘의 품에 안긴다/. 그 품은 넓으려나/ 그 품은 억울함 없고 서러움 없으며/ 평온할 수 있으려나// 고향 진주에서 바라보던 밤하늘/ 부산의 공장에서 바라보던 밤하늘/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대만으로 가던 배에서 바라보던 밤하늘/ 아, 끝내 눈물도 한숨도 메말라버린 숱한 날들의 밤하늘// 한겨울 언 땅을 뒤로 하고 길 떠나는 진달래/ 이제 놓아버리소서/ 그 어둠의 밤하늘이 아닌/ 시리도록 푸른 하늘로 뒤돌아보지 말고 떠나소서”

시인은 단 몇 줄로 할머니의 일생을 줄이고 있다. 더 줄여서 그 이름 진달래! 시인이 진달래로 피운 할머니 이전의 할머니는 김소월의 진달래도 좋았을 것이다. 삼팔선을 노래한 박봉우의 진달래로도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유철 이후는 함부로 진달래를 꺾거나 노래하거나 그림 그리기마저 조심해야 하리라. 이 나라 산하의 역사요 조국인 이름 진달래를 그 할머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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