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대한민국 1급 공무원
[경일시론]대한민국 1급 공무원
  • 경남일보
  • 승인 2021.07.2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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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복지시설에서 보호받는 18세 미만의 아동에 대한 시혜와 지원을 크게 늘린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름하여 ‘보호아동 종료 지원’ 방안이다. 보호대상을 기존의 18세에서 24세까지 늘리고 자립수당을 월 50만원 정도 인상하며, 취업과 진학을 위한 실질적 인센티브를 제고시킨다는 골자다. 참 고무적이다. 그런데 부연으로 그 정책수립이 한달 전 25세 대학휴학생 신분으로 임용된 청와대 정무수석실 소속의 1급 상당 청년비서관이 주도했다는 사족이 달렸다. 아마도 재학중이라 학업을 마치지 않은, 일천한 경험의 ‘새파란’ 사람에게 비록 정무직 공무원이라지만 최고 직급인 1급으로 임용한 논란 의식이 까닭으로 읽힌다. ‘억지 춘향’같은 가담(街談)처럼 다가온다.

옛날에 고등고시 행정과로 불리기도 했던 지금의 행정고시에 합격하면 곧장 5급 공무원이 된다. 물론 신분이 보장된 일반직이다. 공식적으로 벼슬을 의미하는 관(官)자를 붙여 사무관이라는 직급을 부여한다. 가장 아랫 직급인 9급, 서기보에 네 단계 위의 자리이며 6급인 주사 직급을 바로 아래에 둔다. 9급으로 입문하여 짧게는 십 수년, 길게는 30년 이상을 봉직해야 오를 수 있다. 흔히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하여 공무원의 승진은 7할의 운과 3할 정도의 역량으로 가능하단다. 다른 말로는, 빼어난 능력은 기본이고 바른 행실에 특별한 행운까지 따라야 1급과 같은 고위 공무원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그 1급 공무원이 흔한가. 정부의 중앙부처에 많아야 너댓명이다.

지금과 같은 선출직이 아니었던 시절, 차관급이던 직할시장을 빼고 1급 이상의 시장은 없었다. 대부분 3급 혹은 2급 지위였다. 인구 5만 수준의 작은 시·군의 수장인 시장과 군수가 4급이었다. 전국 대부분의 총경직급인 경찰서장도 지금과 같은 서기관인 4급 대우를 받는 때가 그리 오래지 않다. 국세청 소속의 일선 세무서장도 거의가 4급 서기관들의 보직이다. 대체로 부이사관으로 보임하는 중앙부처의 실무 과장도 행정고시 합격 후 20년 남짓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 되어야 오를 수 있는 자리다. 중앙부처 과장의 기능이 무언가. 일개 부처의 과장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의 특정 영역을 총괄하는 위상이다.

다시 20대 중반에 대통령 비서관으로 전격 발탁된 1급 지위를 살핀다. 중앙부처 실장 보직이 1급이다.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한 실장 보직이 몇 없다. 특혜 많다는 국회의 수석전문위원도 그 직급이다. 이들에게는 과장, 기획관, 국장이나 조사관, 심의관 등과 같은 중간 보직을 거치게 한다. 나랏 일의 쓴 맛, 단 맛을 다 본다. 빼어난 능력으로 저항없는 권위(authority)도 필수다. 아주 간혹 교활로 터득한 ‘양아치’도 있겠지만 대체로 그렇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복잡다기한 각 부처 내외의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고 헤치는 과정도 필연이다. 희생, 한 개인으로 이슈의 중심에서 빠지고 사라져야 성취될 공무가 수두룩하다. 물론, 각별한 영예도 있을 것이다. 마땅히 대우도 좋다. 아파보지 않으면 아픈 사람의 심정을 알지 못한다. 경험과 경륜이 전제되어야 하는 기능하다는 말이다. 연륜에 비추면, ‘늙어 봤냐? 젊어 봤다!’ 라는 비유가 적격 같다.

젊은 야당 대표 출현을 의식한 인사였다면 그 수(手)가 높지 않다. 정당 대표는 공무원이 아니다. 평등해야 할 공무담임권 초점에 비켜나 있다. 공정한 선거는 정당한 결과를 담보한다. 더욱이 국민 선택이 가미된 투표에 따름이다. 99.9%의 청년이 0. 01% 가능성의 자리에 어느 청년이 앉혀졌다. 그것도 공직의 전부를 흔들 수 있는 권부(權府)에. 청년의 허탈에 더한, ‘공직훼절’ 표현이 ‘오버’인지는 모르겠다.

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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