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28] ‘일용할 양식’ (김용락 시인)
[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28] ‘일용할 양식’ (김용락 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21.07.2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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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할 양식




한때 일용할 양식을 담았던 냄비와 프라이팬이

이제 수명이 다해 고철로 저울대 위에 앉았다

고철로도 팔리지 않을 이 육신에

나는 왜 끝까지 매달리는 것인가?

 

“나에게 남아 있는 나뭇잎이 다 떨어진 것 같아. 이젠 내가 머리를 뉠 곳이 없어.” 84세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영화 ‘더 파더’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주인공 안소니의 앤딩 부분 대사이다. 영화는 플롯의 관점이 바뀌고 뒤엉켜 영화를 보는 관객조차 안소니의 치매 속으로 엉켜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에 들게 한다. 안소니의 입장에서 일관된 맥락이 하나 있다. 자신에게는 사랑하는 딸이 있고 안락하게 지낼만한 집이 있으며, 시간을 점검할 수 있는 손목시계가 있다는 것으로 고착되었다. 그런데 딸 앤이 더는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이사 가게 되었다는 데서 안소니의 치매는 심해진다. 결말엔 7살 아이로 퇴행한 안소니가 엄마를 부르며 엄마에게 가고 싶어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사인 셈이다. 얼마 남지 않은 생의 존재 물음과 안락감의 추구는 인간이 마지막까지 놓지 못하는 생존 요소이다.

한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아낸 안소니나 ‘고철로도 팔리지 않을 이 육신’의 ‘나’는 존재에 관해 물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일찍이 존재를 인지하고 가치를 생성하고 내재화한 유일한 존재이므로. 사물이 아니므로. 그러므로 늙고 무용한 것들은 슬픔과 아름다움으로 처연할 수밖에.(시인 · 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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