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태풍 다가올 시기 ‘땅밀림지’ 대책 수립해야
[경일포럼]태풍 다가올 시기 ‘땅밀림지’ 대책 수립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21.08.0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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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시인)
올림픽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일본에는 태풍이 밀려온다는 보도가 있다. 올여름 장마는 집중호우가 내려 피해가 있었지만, 장마 기간은 짧았다. 이후 태풍이 다가올 시기라 강우가 많이 내릴 가능성이 있고, 국지성 호우와 집중호우가 걱정되는 지역이 있다. 땅밀림지다. 특히 경상남도는 땅밀림지에 취약한 지질 특성이 있어 더욱더 그렇다. 땅밀림의 원인은 지하수겠으나 그 원인에 불을 붙이는 요인이 강우다. 무더운 더위와 강우가 내리지 않다가 태풍으로 강우량이 증가하거나 강우강도가 세지면 땅밀림지가 붕괴하거나 산지 재해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는 100여 개소의 땅밀림지가 있으나 경상남도는 이 중 반 이상이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위험이 크다. 땅밀림은 재발하기 때문이다. 땅밀림이 발생하는 지역은 대부분 퇴적암 지대로 우리나라 땅밀림지의 약 43%에 해당하는 지질을 가지고 있어 더욱 강우에 취약하고 집중호우 시에는 위험하다. 더구나 이들 땅밀림지는 복구된 지역보다 아직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도 많다. 땅밀림지는 피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연접해 있는 지역이 대부분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이므로 그 피해 발생 때 피해 규모가 대단히 클 수 있다. 필자가 지속해서 연구 조사하여 새롭게 발견되는 곳도 늘어나고 있고, 또 이들 지역은 대부분 민가와 연접해 있는 완구릉지 즉, 생활권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의 땅밀림에 관한 연구는 1995년에 처음 시작되었으며, 그 이후로도 생소한 분야로 취급됐고, 일반적인 산사태로 분류되었었다. 이후 포항지역의 지진에 의한 땅밀림 발생으로 드러났는데, 그 피해 규모는 산사태보다 훨씬 크다. 특히 1999년 태풍 매미에 의한 집중호우 시 발생한 국내 여러 지역에서 땅밀림이 발생하였음에도 그 중요성은 인식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단양지역의 땅밀림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이나 이탈리아 등과 같이 땅밀림이 발생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지난번 일본에서 수많은 인명이 손상되었던 지역도 땅밀림에 의한 피해였다. 경상남도에서도 2002년 이후 김해시 내삼농공단지에서는 공장 단지를 개발하기 위한 산지의 절취로 땅밀림이 동일지역에서 다섯 차례 이상이 발생했고, 인명과 재산의 손실이 심했다. 경상남도에서는 이러한 지역뿐 아니라 산청, 진주, 양산, 하동, 사천, 울산, 남해, 고성 등 어느 곳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땅밀림의 위험성은 무엇보다 재발성이라는 것이다. 한 번 무너져 복구했다고 해도 완벽한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시 그 지역에서 또 발생하는 특성이 있다. 얼마 전 해남 지방에서도 몇 년 전 발생한 지역에서 또 발생했고, 사천, 하동, 진주지역에서도 재발생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시추 등 지질조사를 통해 완벽한 복구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더구나 민가가 밀집해 있는 산자락에서는 복구를 위한 시추 등 대책 수립이 어렵다. 산지로 장비 등이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곳에서 땅밀림이 발생하거나 발생 징후를 나타낸 곳에서 태풍 등으로 붕괴하면 그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 왜냐하면 땅밀림은 그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리고 평소에는 우리 눈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던 곳이 어느 날 땅이 갈라지거나 밀리는 등 징후를 드러냈다가 태풍 등으로 인한 돌발강우 또는 집중호우가 내리면 순식간에 지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복구대책을 천천히 수립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땅밀림 발생 징후를 드러낸 곳은 어느 순간 갑자기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땅밀림은 복구비도 일반 산사태보다 막대하게 소요된다. 복구공법이 좀 더 복잡하고 땅속에서 움직이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땅밀림은 지질 조건과 관계가 깊으며, 지하수가 영향을 미치고, 토공이나 비탈면 일부가 물에 잠기거나 지진 또는 폭우 시 발생한다. 그래서 다가올 태풍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땅밀림 징후가 나타난 곳은 시추 등 지질조사를 통한 복구대책을 수립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이미 피해를 다 본 후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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