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이게 최선입니까
[기자의 시각]이게 최선입니까
  • 백지영
  • 승인 2021.08.03 2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마 허위 왜곡 과장 보도는 하지 않으시겠죠.’

올해 도내 A공공기관 중간 간부 B씨에게 연락처 확보 경위와 취재 목적을 밝히며 입장을 듣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자 돌아온 답변이다. B씨가 중간 관리자로 있는 한 시설의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는 제보가 들어와, 반론을 들어보려던 차였다.

해당 시설과 A기관 홍보 담당에게 전화를 걸어도 입장을 들을 수 없었기에, A기관에 시설 위탁 운영을 맡긴 경남도 관계자를 통해 B씨 연락처를 얻었다. 2번의 전화 모두 받지 않아 문자를 남기고 기다린 결과 도착한 문자가 저랬다.

좋게 말해 방어적이고 나쁘게 말해 전투적인 문자가 당황스러웠지만, 어찌 됐든 전화를 걸어봤더니 이번엔 받는다.

그런데 입장을 묻자마자 “기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있다”며 전화가 거북스럽다고 벽을 세웠다. ‘답변 곤란’으로 정리하면 되겠냐고 물었더니 “답변이야 거부하고 취재 거부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라고 답한다.

그래도 시설 측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고 하자 “(취재 후 규정상) 문제 없으면 기사를 안 낼 거라는 보장이 있으면 취재에 응하겠다”고 한다.

규정이 어쨌든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는 건 사실인 만큼, 이 상황을 소개하는 기사는 나간다고 하자 취재에 응할 수 없다고 다시 못을 박는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전화를 끊고 기사를 작성하는데 강압적인 내용의 문자가 들어온다.

‘또 무슨 취재에 불응했다거나, 취재를 거부했다거나 하시면 대응할 거니까 합리적으로 해주세요.’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기에, 그 사실 그대로 기사에 담았다.

언론에 대한 거부감이야 있을 수 있다. 오보 등에 대한 막연한 경계심일 수도 있고, 과거 언론 보도로 도마 위에 오른 경험 등 직접적인 이유로 본능적인 악감정이 배출되는 경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악연이 없는 기자가 정상적인 경로로 연락을 취해왔는데도, 공격적인 태도로 나오는 것은 기자의 추가 취재 의욕을 부추기는 역효과만 날 뿐이다.

특히 특정 발언은 비보도해달라고 당부하는 수준을 넘어, ‘취재한 기사 전체 백지화를 약속하라’는 요구는 신선할 지경이었다.

그가 몸담은 곳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시설로, 도민들은 이곳이 잘 굴러가는지 알 권리가 있다. 책임감 있는 중간 간부의 자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백지영 취재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