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섬, 푸른 보석을 찾아서(3)사천의 섬
경남의 섬, 푸른 보석을 찾아서(3)사천의 섬
  • 이웅재
  • 승인 2021.08.0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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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딱섬) 앞 죽방렴. 죽방렴은 면면부절 수백년 동안 이어져온 우리나라 전통 어로 기법이다. 석양에 물든 죽방렴이 황홀하고 아련한 비경을 연출한다.


사천시 삼천포항에 점점이 늘어선 섬들은 도화지에 먹물을 휙 뿌려 탄생한 한 폭의 수묵화처럼 쪽빛 물색과 어울려 비경을 연출한다.

점점이 자리한 섬들이 감싸 도는 바다에 또 다른 풍경이 있다. 세계 유일, 오롯이 대한민국 사천시와 남해군에만 존재하고 있는 전통어로 기법의 산물인 죽방렴이다. 석양에 비치는 죽방렴은 어로 도구 이상의 색다른 멋을 선사한다. 죽방렴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실안 해안도로, 실안은 전국 9대 일몰지로 소개되기도 한다. 석양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9월이 되면 실안 해안도로 곳곳에는 바다와 하늘, 석양이 빚어내는 절경을 담고자 하는 사진작가들의 대포 카메라가 성시를 이룬다.

한려수도의 중심도시 사천시 삼천포항에는 유인도서 신수도와 초양도, 늑도, 마도, 저도, 신도가 죽방렴을 에워싸듯 넓게 펼쳐져 나름의 자태를 뽐낸다. 법정동으로 치면 신수도는 동서동에 속하고, 저·마도는 마도동, 초양·늑·신도는 늑도동에 속하지만 행정동으론 모두 동서동이다. 이들 섬은 배를 타면 불과 10분 거리로 육지에서 육안으로도 훤히 보인다. 최대 인구가 거주하는 신수도는 차도선 새신수도호(010-3869-4224)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약 2시간 간격으로 하루 6회 왕복 운항하며, 마·저·신도는 마도호(010-3556-7009)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약 4시간 간격으로 하루 4회 왕복 운항한다. 운항 시간은 계절과 요일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으므로 선장에게 사전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국내 최초로 섬과 섬을 잇는 장대 해상교량 창선삼천포대교. 5개 교량으로 이어져 있는데 각각 삼천포대교와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단항교로 명명한다.
◇섬 아닌 섬, 늑도와 초양도

늑도와 초양도는 섬인가 육지인가. 늑도와 초양도는 관광지인가 아닌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된다. 논란은 2003년 4월 창선삼천포대교가 개통되면서 시작됐다. 이전까지 정기 도선이 다녔던 늑도와 초양도는 창선삼천포대교 개통 후부터 육지화 됐다. 창선삼천포대교 개통은 물때 맞춰 생활하던 주민들을 평온한 일상을 뿌리부터 뒤흔들었다. 관광을 빌미로 한 외침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섬과 섬을 잇는 장대 해상교량(삼천포대교-초양대교-늑도대교-창선대교-단항교) 창선삼천포대교는 다리(공법) 박물관이란 애칭이 붙으면서 학계는 물론 전국의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실제 ‘삼천포대교’는 사천시 대방동과 모개섬을 잇는 사장교이다. 436m 교량의 상부공은 3경간 강합성 사장교로, 하부공은 우물통 공법으로 시공됐다. ‘초양대교’는 사천시 초양도와 모개도를 잇는 202m의 중로식 스틸 아치교다. 붉은색 케이블 아치교로서 도로가 교량의 중간에 있는 중로교이다. ‘늑도교’는 사천시의 늑도와 초양도를 잇는 3경간 PC박스 상자형교다. 상부와 교각을 분리시킨 3경간 연속교량으로 설계, 상부공은 3경간 PC박스 상자형교로, 하부공은 우물통 공법으로 시공됐다. ‘창선대교’는 사천시 늑도와 남해군 창선면을 잇는 하로식 3경간 스틸 아치교이며, 단항교는 창선도의 육상교량으로 PC 빔교다.

산과 육지 바다를 잇는 해상케이블카도 정체성 혼란을 부추겼다. 사천바다케이블카 하부역사가 있는 초양도에 최근 아쿠아리움이 들어섰다. 명실상부 관광지인 것이다. 그런데 직선거리 500여m 정도 떨어진 늑도는 대부분이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 현실은 주민을 옥죄는 보호구역이지만 외지인에게는 관광지로 인식되는 불협화음의 상징적 장소가 늑도다.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8호 마도 갈방아소리 공연 장면.
사천시 대방동에서 모개섬, 초양도, 늑도로 이어지는 창선삼천포대교. 사천바다케이블카 하부역사와 아쿠아리움이 들어선 초양도. 대교의 번잡함을 비켜 선 신도의 고즈늑한 자태가 고고해 보인다.
◇신수도, 마도, 저도, 신도

신수도는 사천에 있는 6개의 유인도 가운데 가장 크다. 신수본동과 대구마을에 현재 150가구 257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옛 금남호 선착장에서 신수본동과 대구마을을 하루 6회 왕복 운항하는 차도선 새신수도호로 10분 거리다. 신수도는 지난 2010년 6월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한국의 명품섬 10’에 포함될 정도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이 섬의 지명을 두고 많은 설이 있다. 본섬을 비롯해 부속도서와 산봉우리가 52(쉰두)개라는 ‘쉰두섬’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섬이 물에 잠겨 있는 듯하다 해서 ‘침수도’,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에는 ‘심수도’로도 수록돼 있다. 둘레길과 아두섬 공룡화석산지, 몽돌해변, 캠핑장이 유명하다.

마도와 신도, 저도는 한 도선권역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15분 정도 소요되는 삼천포항과 마도항을 하루 4회 왕복 운항하는 마도호를 함께 이용한다.

마도는 현재 40가구 62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섬의 형태가 새 모양이라 새섬 또는 조도라 했다. 말처럼 생겨서 마도라는 설과 남동쪽에 늑도가 있고 그 옆에 초양도가 있으니 굴레와 물 옆에는 말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마도라 개칭했다는 설도 있다.

마도(馬島)에서 전어잡이를 위해 불리던 어로노동요 마도갈방아소리가 유명하다.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8호 마도갈방아소리는 면사(綿絲)로 만들어진 전통적 그물에 ‘갈’을 먹이기 위해 소나무 껍질에 방아질을 할 때 부르던 노래다. 갈이란 떡갈나무(綱木)나 소나무 껍질, 풋감 속에 있는 타닌(tannin) 성분을 말한다. 지금은 면사 그물이 나일론 그물로 대체되면서 갈을 먹일 필요가 없어졌다.

저도는 26가구 56명의 주민들이 사는 부촌이다. 지역민들은 저도 보다는 딱섬이라 부른다. 한지 재료 닥나무가 많아 딱 섬이란 설과, 섬의 형상이 닭을 닮아 닭섬하던 것이 닥섬으로 변음되고 한자로 표기하면서 저도가 됐다는 설이 있다. 마을앞바다 해상 유료낚시좌대와 바지락이 유명하다.

신도는 14가구 18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조개처럼 생겨서 신도라 했다 한다. 지역민들은 종종 신 섬이라 부른다.

 
동서동 6개섬과 명승지.
◇죽방렴

죽방렴은 유속이 빠른 삼천포 앞바다에 참나무로 된 말목을 V자 형태로 세우고 발(그물)로 막아 밀물과 썰물에 회유하는 고기를 포획하는 정치성 어장이다. 만조에 그물을 내리고 간조에 그물을 올리니 하루 2회 조업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변수가 많은 바다이다 보니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고기가 많이 들면 간조를 기다리지 않고 수시로 가서 떠 내야한다.

참나무 죽방렴이 1980년대 들어 철제 H빔 죽방렴으로 바뀌었다. 참나무는 해저에 깊이 박기도 힘들지만 관리도 힘들다. 깊이 박지 못하니 물살에 쓸려 가기도 하고, 항행하는 선박과의 충돌로 파손되기도 쉽다. 혁명이 일어났다. 삼천포 실안에서 죽방렴 어업을 하는 신지식인 강종용씨가 1980년대 들어 ‘참나무 말목’을 ‘철제 H빔 파일’로 바꿔 설치한 것이다. 현재 남해안 40여개 죽방렴 대부분이 철재 H빔 파일로 교체됐다.

7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어로기법 죽방렴은 배를 타고 고기가 많은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한 지역에 그물을 설치해 두고 고기가 들기를 바라는 수동적 조업 방식이다. 이렇다 보니 죽방렴이라고 다 같은 죽방렴이 아니다. 설치 지역과 방법에 따라서 많게는 10배 차이가 난다고 한다. 허가가 묶여 있어 현물이 매매되는데 조업량이 매매가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수렵과 가공, 선별, 판매 등 모든 과정이 사람의 손을 거치는 죽방렴도 한 겨울(1월~3월) 3개월은 쉰다.

이웅재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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