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청렴 및 학부모교육 강사)
오랜만에 월아산 두방사를 찾았다. 바람결을 타고 오는 솔바람 향기에 산새소리 마저 잊어버리고 지장전 앞에서 기도하기위해 머리를 조아리는데 ‘조고각하’라는 글이 섬돌 위에 보인다. 서예하는 아들놈 보고 읽고 해석해 보라고 하니 모르겠단다. 알고보니 바로 옆에 코로나 소독제가 있는데 소독하라는 말이다. ‘피~익’ 웃음이 나왔다.
부처님의 가피와 도량도 코로나는 못 피하는 모양이다.
발밑을 잘 살펴보라!는 뜻인데 이 어려운 한자를 과연 몇 명이나 해석한다고…, 그냥 한글로 써 붙이지…. 순간! ‘회광반조 조고각하(廻光返照/照顧脚下)’라는 글이 떠 오른다
삶의 다양한 길에는 항상 비탈이 있어 발밑을 잘 살펴 본다해도 천길 벼랑을 곁에 둔 피안의 여행길을 걷고 있는 것이 사람의 인생길이다. ‘어리석고 철없이 살다가 죽음에 이르러서야 잠시 맑은 정신이 일어나,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반성한다’는 말이다.
먼지 끼인 거울이 사물의 모습을 제대로 비출 수 없듯이 한 생각 맑은 정신이 일어나기 전에는 집착과 욕심이라는 먼지가 가득 끼인 마음 안에 사랑이나 베품이라는 단어가 자리할 곳은 없다.
그러기에 끝없는 성찰과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생각을 항상 맑게하는 齊心澄慮(제심징려)가 필요하다. 공자께서도 군자가 일생 행할 일은 서(恕: 같을 如+마음 心)즉 마음을 같이 하는 것이라 했다.
세네카는 “과거를 망각하고, 현재를 소홀히 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는 자들의 인생은 짧고 불안하다며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현재를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며 매 순간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쓰고, 하루하루를 내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아껴 쓰는 사람은 내일을 바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외물에 현혹되지 말고, 이제라도 마음의 끝자락을 가지런히 모아 생각의 찌꺼기를 걸러내고 마음의 눈으로 보자. 오늘 이 순간, 내가 보내는 하루는 하루살이에게는 전 생애의 시간인 것을 알고 석음의 시간을 보내자! 인생은 홀로 걸어가는 머나먼 여정이다. 발밑을 잘 살펴보고 조심조심 가자.
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청렴 및 학부모교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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