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학교 장애인 고용정책, 규제 대신 촉진으로
[기고]학교 장애인 고용정책, 규제 대신 촉진으로
  • 경남일보
  • 승인 2021.08.0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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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희 (경남교육청 부교육감)
사람은 누구나 운명이란 걸 갖고 태어난다, 장애인 중에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장애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우리는 살다가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나 질병 등으로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 장애인은 그냥 우리의 이웃으로 인식해야 한다. 장애인이든 아니든 우리는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마다 키가 차이가 있고, 개성도 다르며, 지적 능력 등도 다 다르다. 이것은 우월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다름의 문제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 시스템은 분명히 장애인에게는 더 불편하고 더 어렵게 되어 있다. 건물 시설 면에서 그렇고, 사회 인식도 차별이 있으며, 직업을 찾는 고용 문제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고용제도에서의 불리한 점을 메우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장애인 고용 촉진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전체 고용된 직원 중 일정 비율을 장애인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이것이 장애인 의무 고용률(고용할당제)이란 것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채용하여야 한다. 예외적으로 경찰, 소방관이나 군인과 같은 특수 직종은 의무 고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공무원 중에서 대학교수나 유·초·중·고의 교사와 같은 교육공무원도 장애인 고용할당제가 적용되고 있다. 고용 당국이 너무 쉽게 네거티브 정책을 도입했다. 아주 단순하게 강제 할당제라는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고 규제에 안 따르면 무조건 벌칙을 부과하는 식이다. 이런 식이면 이 세상에 못 이룰 정책이 어디에 있는가?

일자리란 게 한정되어 있는데 상대방의 몫을 빼앗아 가는 제로섬 게임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 정책을 입안한 고용 당국이나 이걸 입법화한 국회의원이나 너무 인기영합주의 또는 명분론에 빠져 있다. 명분이 그럴싸하니까 정책 수단은 아무래도 된다는 것인가? 정책은 추구 가치가 타당하여야 함은 당연하고, 그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도 효율적이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경남교육청의 경우 일반직 공무원 장애인 고용률은 4.77%로서 법정 고용 목표율(3.4%)을 훨씬 넘었으나, 교육공무원의 장애인 비율은 1.54% 수준에 불과하다. 모 국립대의 경우 교수의 장애인 비율이 1.47%에 불과하다. 이 지표가 시사하는 것은 공공기관이 장애인 고용 촉진에 힘쓰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이 직역에는 구조적으로 장애인 고용을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사는 교육대학이나 사범대에 입학해야만 자격증이 주어지고, 또 임용고사를 거쳐 임용되는 구조인데 교직 지망생 중 장애인이 많지 않다.

대학교수는 장애인 고용할당제를 시행하기가 더 어렵다. 대학 교수는 교육뿐만 아니라 연구(research)를 수행한다. 연구 성과는 수월성(excellence)에 바탕을 둔다. 연구 결과가 최고가 아닌데 장애인이 연구했으니까 학회지에 실어주지는 않는다. 특히 교수는 박사학위가 필요한데 우리나라 연간 석·박사학위 취득자 중 장애인 비율은 2.23%에 불과하다. 또한 대학교수는 학과별로 전공별로 세분되어 있어서 1년에 한 명밖에 채용하지 않는데 응시 자격을 장애인으로만 한정할 수는 없다. 다수를 채용해야만 그중 일정 인원을 할당할 수가 있다. 한 명 채용하면서 비장애인이라고 기회를 박탈하면 심각한 평등권 위반이다.

그래서 이런 일차원적인 장애인 고용할당제를 교육계에 규제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 고용 우수 학교에 대하여는 적극적인 조장 정책을 도입함이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국가 정책목표가 형평성(equity)만 있는 게 아니라 국가경쟁력이라는 수월성(excellence)도 있다. 두 가지 정책목표를 함께 이룰 방안이 필요하다. 모든 시민이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있다면 그 횡단보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며 결국 횡단보도를 개선하는 게 답이다. 어느 대학도 학교도 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그 잘못된 정책을 바꾸는 게 순리이다.

 
임준희 부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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