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중압감 버티고 쓴 펜싱 새 기록
박상영, 중압감 버티고 쓴 펜싱 새 기록
  • 백지영
  • 승인 2021.08.04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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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단체전 동메달리스트 고향 진주 방문
“제가 지면 우리 팀 전원이 지는 셈이라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너무 컸어요. 중국전 승리가 확정되자 안도감에 눈물이 정말 많이 났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단체전 동메달 획득의 주역 박상영(26·울산시청)은 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박상영에게 이번 올림픽은 유독 중압감이 컸다.

5년 전 첫 올림픽은 부상을 극복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출전만으로도 영광스럽다’는 설렘이 가득했지만, 도쿄 올림픽은 전 국민에게 감동을 줬던 금메달리스트로서 참가하는 만큼 준비하는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박상영은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니 부담감이 상당했다”면서 “개인적인 메달 욕심까지 보태지면서 리우 때보다 더 많이 준비하고, 계속 자신을 의심해가며 전쟁을 준비하는 것 같은 나날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리우 올림픽 당시 ‘할 수 있다’라는 굳건한 정신력의 대명사로 부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는 특별한 비결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박상영은 “선수에게 경기란 승리 혹은 패배뿐이다.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지면 아쉬운 평을 받고, 이기면 좋은 평을 받는다”며 “항상 힘들지만 이를 이길 수 있는 해법은 찾지 못했다. 그저 버티고 버티며 하루하루 나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끝에 수립한 대기록은 달콤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수립한 남자 에페 2연속 메달, 남자 에페 단체전 메달 모두 한국 최초 기록이라 정말 기쁘다”며 “메달 부담감이 컸는데 다행히 시상대에 오르게 돼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동메달을 획득하고 이튿날 귀국한 박상영은 소속팀인 울산시청이 3일 개최하는 환영식 사이 잠깐 시간이 비는 틈을 타 고향 진주를 찾아 모교를 방문했다.

아직 승리의 여유를 만끽하기도 전이었지만, 자신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은사들을 뵙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는 지난 2일 진주제일중과 경남체고를 찾아 은사들과 기쁨을 나누고, 이곳에서 펜싱의 꿈을 키우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리우 올림픽 직후 “세계선수권을 제패해 ‘그랜드 슬램’이라는 칭호를 얻고 싶다”고 했던 박상영에게 여전히 같은 목표를 위해 달릴 예정이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더는 그랜드 슬램을 ‘목표’라고 못 박으려 하지 않으려 해요. 그랬다가는 졌을 때 절망감이 더 커지거든요. 최근에는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승패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계획한 대로 과정을 이끌어 나갔을 때 성취감을 느낍니다.”

박상영은 무관중 경기 속에서도 중계 카메라 너머로 전해진 도민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제 경기를 관람할 때 지고 있는 상황이 많을 텐데도, 끝까지 응원하며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경기가 펜싱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2일 박상영 선수가 진주시 평거동 진주제일중학교를 찾아 후배들과 펜싱 동작을 취하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남자 펜싱 에페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한 박상영은 귀국 직후 자신이 펜싱을 시작했던 진주제일중 등 모교를 찾아 은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진제공=진주제일중
지난달 30일 일본 마쿠하리메세 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박상영이 란밍하오를 상대로 공격하고 있다. 한국은 45-42로 승리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연합뉴스
한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 권영준(왼쪽부터), 마세건, 박상영, 송재호가 지난달 30일 일본 마쿠하리메세 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꺾은 뒤 시상대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 권영준(왼쪽부터), 마세건, 박상영, 송재호가 지난달 30일 일본 마쿠하리메세 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꺾은 뒤 시상대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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