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기본소득,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경일시론]기본소득,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21.08.0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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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부용 (객원논설위원)
대선이 가까워지자 현금 퍼주기 공약이 판을 치고 있다. 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서민가계 등 민생위기의 가중과 함께 지난해 5월의 재난지원금을 맛본 국민들에게 현금 퍼주기 전략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1인 연간 1백만원에, 청년은 따로 2백만원을, 여기에 대학미진학청년에게는 세계여행경비로 1천만원을 준다거나, 군제대남성은 사회출발자금으로 3천만원을, 또는 사회초년생에게는 1억원을 지급한다는 여권 후보별로 제시하는 다양한 공약 광풍이 염천 무더위 날리듯 솔깃해지는 건 당연한 이치이다. 여권의 다른 한 후보조차 ‘나랏돈 물 쓰듯 쓰기대회’에 나온 분들이라는 비난이 이는 가운데 10년 전만 하더라도 좌파의 포퓰리즘이니, 황당 공약이니 했던 야권도 집권을 위해서는 받아들여야 한다거나 더 큰 규모의 퍼주기를 슬그머니 준비하는 모양새다. 무엇이 본질이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에 대한 분석은커녕 나라와 국민과 미래는 여나 야나 도대체 안중에도 없다.

노동은 신성하다. 그리고 그 대가는 더 고귀하다. 그래서 우리 헌법에도 근로의 의무를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로 명기하였고, 지난 300여 년간 지구촌도 산업화를 일구면서 의무이자 동시에 노동주권으로 노동소득에 의한 성장발전을 중시하였다. 20세기 말 정보통신, ICT기술의 급진전으로 시작된 기술혁신과 발전은 소위 ‘성장은 있되 고용은 없는’ 사회를 심화시키면서 급기야 ‘일하지 않고 소득을 챙길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자는 취지의 기본소득을 일각에 등장시키게 하였다. 기본소득에 반하는 게 일자리보장이다.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지만 민간부문에서 일할 기회가 사라지자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공무원과 공공부문에서 대량의 고용을 조장하는 것이다. 현 정부의 일자리정책의 단면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부의 일자리보장으로 공공부문의 효율성은 크게 떨어지면서 동시에 막대한 세수와 재정누수를 유발하고 있지만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고용증대효과는 그다지 보이질 않는다. 정부의 다른 한 축에서는 첨단과학기술의 혁신주도성장을 추구하면서 국가발전과 세수증대를 노려보지만 일하고자하는 능력과 의지의 젊은이들에겐 언감생심, 일자리는 나날이 시야 밖이다. 일하지 않고 소득을 얻는 계층이 느는 가운데 고령화까지 심화되어 겹쳐짐으로써 복지수요는 늘고 복지관료 시스템은 확장되면서 비효율의 극대화에 근로유인책도 없는 기본소득으로 몸과 마음이 쏠리게 된 것이다.

결코 간단치만은 않은 기본소득의 가장 큰 맹점은 제시하는 측의 주장과 달리 노동행위와 소득수준에 무관하게 획일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빈부의 격차와 소득불평등을 가중시키면서 힘든 서민과 중소기업 등 국가기본경제를 회복시키는데 불가능에 가까운 한계가 노정됨에 있다. 물론 막대한 재원확보를 위한 증세, 국채발행과 탄소세 부과로 인한 국가미래의 안위는 제쳐두고서라도 말이다. 국가채무와 각종 세금을 올리게 될 기본소득은 결국 기업하기와 산업발전을 가로막고 고용의 질과 량 모두를 떨어뜨리면서 무노동의 더 큰 무상소득 의존계층만을 늘리는 악순환으로 반복될 것이다. 서민, 어린이, 노약자와 취약계층에게는 기존의 복지시스템을 강화하고, 일할 의사를 가진 자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며, 청장년과 신중년에겐 일할 능력을 키워 미래를 담보하는 일자리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코로나감염증 확산으로 피해 입은 계층은 더 많은 재난극복지원으로 오늘을 유지하고 내일을 기약하게 해야 한다. 기본소득 시행으로 세수부족과 국채상환 불능상황이 전개된다면 1950년대 초부터 실시한 북한의 식량배급제처럼 궁극에 가서는 노동 없는 계층은 모두 배제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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