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하는 것들
[농업이야기]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하는 것들
  • 경남일보
  • 승인 2021.08.1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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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나 라디오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핫한 노래 중에 ‘니가 왜 거기서 나와’라는 노래가 있다. 노랫말을 살펴보면 있어서는 안 될 장소에 나타난 연인에 대한 배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주위를 살펴보자. 지금 나를 비롯해 내 주변에서 이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지는 않는지 한 번쯤은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농업의 관점에서 다시 짚어보자면 작물이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은 순리였다. 적지적작(適地適作, 알맞은 땅에 알맞은 작물을 심음)이란 용어는 적재적소(適材適所, 마땅한 자리에 마땅한 인재를 씀)라는 말과 같이 “알맞은”, “적절한”으로 대변되는 농업에서의 철칙과 같은 용어였다.

하지만, 요즘에도 그럴까? 라고 되짚어 보자면 그렇게 농사짓다가는 그냥 평범한 농사꾼에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땅에 뿌리를 박고 하늘에 기대여 농사를 짓던 시대는 저 멀리 우주로 별빛이 되어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이 시대의 트렌드는 땅을 대신해 영양성분을 넣은 인공 토양 위에 작물을 기르고 온실이나 식물공장을 지어 기상을 조정하고, 심지어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 농도까지 조절해 가는 시대를 지나가고 있다. 바야흐로 이러한 모든 요소를 자동제어 알고리즘화를 통해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한 스마트팜의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딸기는 겨울 과채로 거듭났고, 파프리카와 토마토도 겨울부터 수확을 시작하고 있으며, 요사이에는 애플망고와 바나나와 같은 아열대 과수가 우리나라 온실에서 생산되고 있다. 적지가 아닌 곳에서 신선하게 생산되고 제철이 아닐 때 나와서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도 잠시였고 이제는 소비자들도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이렇게 인위적인 환경조절에 의해 재배되는 농산물들의 품질은 어떠한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농특산물에도 명품으로 이름난 브랜드들이 꽤 있다. 하지만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나주배”나 “영동포도”와 같이 대부분 주산지에서 제철에 나온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스마트팜으로 생산된 농산물은 명품이 될 수 없을까? 라는 의구심을 가져보지만, 몇 해전 동네 어르신이 그저 그런 음식을 맛봤을 때 하던 “니 맛 내 맛도 아니다”, “게미(그 음식 속에 녹아있는 독특한 맛의 전라도 방언)가 없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씀의 진정한 의미는 제대로 된 식품이 아니라는 뜻이지 않을까 한다.

이제 농업에서도 일반화되고 있는 ICT기술이 진정한 스마트팜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적지적작”에서 생산된 명품 농산물에 버금가는 맛과 품질이 완성되었을 때 제대로 된 스마트팜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농업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고, 우리 농업인들은 최소한 경운기 운전보다는 온실환경제어기를 더 친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온실에서 재배되는 열대과일인 “망고스틴”이나 “야자나무”가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가 될 때까지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겠다.

/이경근 경남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원예기술담당 공학박사



 
이경근 경남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원예기술담당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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