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섬의 날’에 생각해본 8월의 바다와 섬
[경일포럼]‘섬의 날’에 생각해본 8월의 바다와 섬
  • 경남일보
  • 승인 2021.08.1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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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호 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무척이나 지루한 8월의 여름이다. 입추(立秋)가 지났건만 무덥고 답답하기는 매 마찬가지다. 모든 생명을 영글게 하는 저 뜨거운 태양이 아름답게 보일 때도 있건만 작금의 우리들 마음은 그렇게 한가롭지가 못하다.

이놈의 코로나 팬데믹은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남지역도 4단계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지역이 나오는 것을 보니 자꾸만 숨이 막혀온다. 가족이나 친구들을 쉽게 만나지 못하고 대외활동을 못하는 것은 좀 참으면 될 터이지만, 생업과 생존의 길목에서 삶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듣고 보자면 가슴이 철렁거린다. 내 가족이고 내 이웃의 아우성 소리에 누구든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렇게 답답하고 힘들 땐 우리 모두 바다로, 섬으로 나가보자. 마침 지난 8월 8일은 ‘섬의 날’이다. 2018년에 국가가 법정기념일로 지정하여제1회 기념행사가 2019년에 목포와 신안에서 개최되었고, 이번에 통영에서 제2회 기념행사가 지난주에 열렸다.

왜, 국가는 섬의 날을 만들었을까? 한번 각자가 다도해를 생각하면서 한 폭의 그림을 그려보자. 남해안에 점점이 박혀 있는 저 무수한 섬들은 우리에게 무엇으로 다가오는 걸까. 어느 화가에게는 코발트블루의 강렬한 생동감으로, 어느 시인에게는 아름다운 ‘섬의 무늬’로 다가오기도 한다.

섬은 각자 느끼는 대로 다가오듯이 그 가치와 정체성은 다양하다. 섬은 수산업과 농업, 가공업이 어우러진 복합산업의 생활터전이 되는 해양수산자원이자 해양영토의 거점이 되는 영토자원이기도 하다.

또한 섬은 다양한 생물과 독특한 문화가 공존하는 생태문명의 보고이기도 하다. 아울러 섬은 광활한 바다경관과 땅 경관이 함께 어우러진 자연경관의 걸작품이다.

우리나라 한려해상의 다도해와 그리스 문명을 꽃피운 에게해의 다도해는 가히 세계 최고의 섬 경관이다. 아마 정부도 이렇게 다양한 섬의 모습을 새롭게 인식한 결과 ‘섬 발전촉진법’도 새롭게 정비하고, ‘섬의 날’도 만들고, ‘한국섬진흥원’을 설립한 것이다. 이제 제대로 정부가 섬의 가치를 재발견하여, 섬을 국가의 미래자원으로 만들기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아 매우 고무적이다. 누군가 ‘우리나라에 남은 마지막 세계적인 관광자원은 DMZ와 다도해’라고 했다.

필자가 중시하는 섬의 진정한 가치는 따로 있다. 우리에게 영원한 힐링의 치유공간으로서의 섬이다. 섬에는 느림이 있고, 고요함이 있고, 여유가 있다. 코로나로 지친 상실과 우울의 감정을 치유해주는 힐링 공간이 바로 바다와 섬이다. 자, 이제 바다로, 섬으로 떠나보자. 8월의 바다에 우리 모두 풍덩 빠져보자. 시원한 파도소리에 답답함을 저 멀리 날려 보내자. 바다 속에 고요히 누워있는 수많은 섬들을 보면서 거친 숨을 누그러뜨려 보자. 코로나로 지친 우리의 마음을 거친 파도에 휩쓸려가게 하자. 아마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아는 아름다운 한려해상의 바다와 섬은 반드시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것이다. 이제 입추도 지났다. 하루 이틀 지나면 작렬하는 태양도, 저 뜨거운 대지도 서서히 식어갈 것이다. 8월의 바다와 섬들을 보면서 8월의 의미를 한번 생각해보자. 오세영 시인이 ‘8월의 시’에서 ‘8월은/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 번쯤/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달이다. 8월은/정상에 오르기 전 한 번쯤/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가을 산을 생각하는/달이다’라고 노래한 것처럼.

오동호 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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