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선퇴(蟬退)
[천왕봉]선퇴(蟬退)
  • 한중기
  • 승인 2021.08.1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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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위를 떨치던 더위가 한 풀 꺾이는 듯 하지만 요란한 매미소리는 밤낮없이 극성이다. 요즘 매미는 시도 때도 없이 더 큰 소리로 우는 것 같다. 변온동물인 매미는 특성 상 ‘기온과 빛’이 충족되면 운다. 열대야와 대낮 같은 불빛때문에 한밤중에도 울어댄다. 환경 변화로 매미 울기엔 최적의 조건이 만들어진 탓이다.

▶매미는 신비한 구석이 많다. 땅 속에서 유충으로 6~7년을 살다 지상으로 올라와 서너 시간 동안 허물을 벗고 10시간가량 몸이 굳어지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성충 매미가 된다.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음악을 연주하듯 소리내면서 종족보존의 섭리를 이행하고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또 하나 선물처럼 남기는 것이 선퇴(蟬退)다.

▶선퇴는 매미가 탈피하면서 남긴 허물이다. 여름철 숲속 나무를 유심히 관찰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호랑이가 죽어 가죽을 남기듯 매미는 선퇴를 남기는 셈이다. 선퇴는 동의보감에 등장할 정도로 유익한 약재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파킨슨병과 아토피 피부염을 개선한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인공지능 기반의 종동정 프로그램 개발사업을 통해 매미 허물 사진만으로 종을 동정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있다. AI가 매미 허물로 종을 구분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선퇴의 유용성 때문이다. 소음기준치를 넘는 소리로 때론 피로감을 주지만 뜻밖의 선물도 주고가는 매미가 그리운 계절이 곧 오리니 막바지 무더위를 슬기롭게 보냈으면 한다./한중기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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