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428년 전 진주성에서 장렬하게 산화한 의병들을 기억하며
[기고]428년 전 진주성에서 장렬하게 산화한 의병들을 기억하며
  • 경남일보
  • 승인 2021.08.1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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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 진주문화원장 문학박사
 

1593년 6월 그믐은 진주성 2차 전투가 끝난 날이다. 1592년 진주대첩에서 패한 왜군이 보복하기위해 대군을 이끌고 와 진주성을 다시 공격하면서 우리의 수많은 민관군이 학살당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설마 6만명이 전사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당시 조선 인구를 감안하면 믿기 어려운 숫자일 수 있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 선조 26년(1593) 7월 16일자 ‘6월 29일 함락된 진주성 싸움의 자세한 경과’에 “성안에서 죽은 자가 6만 여인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어떤 이는 8만여 인이라 하고, 또 어떤 이는 3만여 인이라고 한다. 뒤에 감사 김늑이 사근찰방(沙斤察訪) 이정(李瀞)을 시켜 조사하게 하였는데 성 안에 쌓인 시체가 1000여 구(軀)이고, 촉석루에서 남강(南江)의 북안(北岸)까지 쌓인 시체가 서로 겹쳤으며, 청천강(菁川江)에서부터 옥봉리(玉峯里)·천오리(遷五里)까지 죽은 시체가 강 가득히 떠내려갔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국가기록인 왕조실록에 6만명이 전사했다고 기록되어 있으니 정설이라고 보아야 한다.

같은 장소에서 2년 동안 치열한 전투를 치러 7만에 가까운 민·관·군이 전사한 곳이 바로 지금 우리가 땅을 밟고 살고 있는 진주성이다. 이는 세계전사(戰史)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진주성에 428년 전 순절한 분들의 충혼을 기리는 창렬사 의기사 임진대첩계사순의단이 있다.

하지만 유월 그믐날 이곳을 찾아 충절을 기리는 시민들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많은 시민들은 임진왜란 진주성 하면 김시민 논개 삼장사 정도만 떠올린다.

이런 중에 며칠 전 지역의 방송사에서 진주성 2차전투 상황을 재현하면서 이른바 ’진주성지키기’ 행사를 연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할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 더위를 피해 산과 들로 피서를 떠나는 현실 속에서도 460년 전 나라를 지키기위해 피와 땀을 흘린 선조들의 고귀한 뜻을 새겨보자는 의미이리라. 이날 진주성 지키기 체험을 위해 행사장을 찾았던 시민들은 창과 칼 전투모를 쓰고 행진하며 가상의 왜군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연출했다. 참가자들은 무더위 속에서도 동요없이 진지하고 엄숙하게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진주성을 지키려다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6만 여명의 충혼을 일일이 기억하지는 못할지라도 역사적 기록에 이름이 남아있는 분들의 공적은 계승하고 기억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이에 진주문화원에서 올해부터 임진왜란 진주성 의병 인물자료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주로 ‘조선왕조실록’, ‘호남절의록’ 등의 기록을 근거로 진주성 관련 인물들의 후손들과 유적들을 찾는 작업이다.

현재 190여명의 의병들의 이름이 파악되었다. 주로 전라도 지역 의병으로 문중에서는 충절을 기리기 위해 사당을 건립하고 오랫동안 제사를 봉행해 왔지만 진주 사람들은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사당을 찾아 참배하는 것만으로 후손들은 감격해 했다. 자신의 조상이 순절한 고장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슴속 응어리진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있지만 진주문화원은 임진왜란 의병 인물 조사를 마치고 아카이브 구축, 나아가 플랫폼 구축을 통해 세계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를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자 한다. 관계당국과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바란다.

김길수 진주문화원장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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