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코로나 시대 속 학보사
[대학생칼럼] 코로나 시대 속 학보사
  • 경남일보
  • 승인 2021.08.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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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희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2019년 11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졌다. 국내 최초 감염은 2020년 1월 20일이며 8월 9일 0시 기준, 확진 환자 수는 21만 2448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감염되거나 사망하기도 했으며 종교,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스포츠, 군사, 외교 등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없다.

코로나19가 발발하자 여러 대학은 체온측정기를 곳곳에 도입하고 강의실 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는 등 자체 방역을 시행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전국적 대유행이 시작되자 여러 대학은 접촉을 줄이고자 비대면이나 블렌디드로 강의 방식을 전환했다. 모두가 힘든 상황 속 학보사는 어떨까?

학교를 나오지 않는 상황에도 학보는 끊임없이 발간 일정에 맞춰 발간하고 있다. 내가 속한 학보사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학보사 구성원은 편집 기간이 되면 오전 7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집을 나선다. 타지에서 통학하더라도 예외는 없다. 오전 9시까지 학보사에 도착해 국장이 넘긴 수정본을 수정하고 다시 검토받는다. 판을 짜고 분량을 조절한 후 기사에 들어갈 사진을 선택해 편집실로 가져가면 된다. 기사는 학보사 구성원끼리 정한 ‘편집 기간 기사 넣는 순서’에 따라 넣는다. 만약 오늘 자신이 기사를 넣는 순서가 아니라면, 강의를 듣거나 과제를 하기도 한다.

방학이나 시험 기간에도 학보는 끊임없이 발간된다. 발간 횟수가 조금 줄어들 뿐이다. 학기 중에는 한 달에 2번 발간하지만, 방학 중에는 2번, 시험 기간 일주일 전과 당일까지는 발간하지 않는 정도다. 물론 이에 따른 원고료와 활동비, 또 직급순으로 학비 감면 혜택이 있다. 그러나 점점 학보 독자가 줄어들면서 원고료, 활동비도 같이 감면되기 마련이다. 심지어 학보사 내에서는 “학보사에 있는 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라는 말을 농담처럼 던진다.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강의 방식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었다. 원래 학보사는 학내 곳곳에 ‘수습기자 모집’ 대자보를 붙여 기자를 충원한다.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학우들이 등교하지 않으니 홍보율은 급격히 떨어졌고 수습기자 모집에도 차질을 겪었다. 대처방안으로 대학 커뮤니티 공간인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려도 학보사 존재를 모르니 관심을 받지 못했다.

어느 대학이나 그렇듯이 학보사의 인력난은 점점 심해지고 학보 구독률도 낮아지고 있다. 심지어 학우들은 자신이 다니고 있는 대학에 학보사가 있는지, 학보사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학보에 관심이 줄어들면서 학보사 구성원들은 학보사가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불안감 속에서 보낸다. 비대면 강의에도 학보사 출근, 캠퍼스 라이프를 즐길 새 없이 기사 쓰는 생활 등 다른 것들은 다 괜찮다. 그러나 줄어드는 학보 구독률과 관심, 인력난을 보면 막막하고 마음이 아리다. 20대 종이신문 이용률이 1%에 그친 지금, 학보를 발간하는 건 현재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다. 나의 후배들이 발행을 위해 대학 생활의 재미를 찾을 새 없이 불규칙한 생활, 끝없는 스트레스를 겪을 생각을 하면 미안한 마음이 크다.

정주희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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