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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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1.08.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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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사천을 노래한 현대시인들의 노작들(1)
사천문화재단은 박재삼문학선양회로 하여금 지난해 연말에 사천시를 노래한 전국의 현대 시인들의 작품을 모아 ‘사천, 시를 담다’를 편집해 내게 했다. 쉬운 일이 아닌데 거의 200편에 가까운 시편들이 수집되어 하나의 결실로 맺어졌다. 이는 최근 경남 지역연구가들이 관심을 갖고 접근하고 있는 ‘경남학’ 연구의 자료로서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는 경상대학교에서 개강했던 ‘경남학 강좌, 문학편’을 맡으면서 우선 창원의 ‘3.15의거’, 진주의 ‘논개’, 산청 함양 하동의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들여다 보았다. 일단 이 세 갈래 배경이 역사를 아우르는 경남의 정신사로서 가장 문학 작품 생산에 있어 선두를 이루는 곳임을 확인했다.

‘사천, 시를 담다’ 제1부는 ‘작고 출향문인’ 제2부는 ‘박재삼문학상 수상 시인’, 제3부는 ‘자연’, 제4부는 ‘역사’, 제5부는 ‘사람’ 순으로 짜여져 있다. 작고 출향문인 중에는 백석, 조향, 이형기, 박재삼, 최송량, 박노정 등이 섞여 있는데 백석, 송수권, 박노정은 타지 사람이라 출향이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는다. 따로 편집이 되어야 한참 오해를 하지 않을 수 있을 듯했다.

책 전체를 훑어보면서 구사천 지역에서 빠진 시인들이 떠올랐다. 40년대의 장태현 시인, 변학규 시인, 방인영 시인, 김호길(재멕시코)시인, 정동주 시인 등이다. 장태현은 40년대 초반 조연현 등과 어울려 ‘시림 동인’에 가담했고 60년대 후반 최재호 사장시절 경남일보 문화부 기자로 잠시 문화부에 근무한 일이 있었다. 변학규는 금융조합에 근무하면서 ‘불과 재의 대화’를 발간했고 김호길은 60년대 ‘율’ 동인으로 한국시조단의 중진으로 현재 서울 발표지면에 얼굴을 지속해 보인다. 정동주 시인은 시와 소설에서 한국문단의 중심으로 이름을 세웠는데 지역사화집에 무게 있는 작품이 빠져 있어 허전하다. 이 밖에도 찾으면 더 나올 것이므로 다음 편집에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과 같은 지역 사화집에는 지역에 사는 토박이 시인들의 작품을 먼저 주목해야 한다. 지역사업에 지역시인이 보이지 않는다면 사업은 공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재삼, 이형기, 박남조, 조종만, 최송량, 정삼조, 김 경, 박종현, 이종만, 박구경, 이용우, 손영희, 안채영, 윤향숙, 이미화, 조 민, 조현길, 손미영 등이 지역 출신 시인들이 아닌가 한다.

사천의 대표시인은 박재삼이다. 다 같이 그렇게 생각한다. 여기 실린 시로는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는 ‘울음이 타는 가을강’, ‘추억에서’, ‘목섬 이야기’, ‘내 고향 바다 치수’, ‘노산에 와서’ 등이다. ‘내 고향 바다 치수’는 다음과 같은 시다. “봄날 삼천포 앞바다는/ 비단이 깔리기 만장이었거니/ 오늘도록 필을 대어 출렁여/ 내게는 눈물로 둔갑해왔는데// 스무 살 무렵의/ 그대와 나 사이에는/ 환한 꽃밭으로 비치어/ 눈이 아른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안개가 강으로 흘러/ 앞이 흐리기도 하였다// 오, 아름다운 것에 끝내/ 노래한다는 이 망망함이여/ 그 잴 수 없는 거리야 말로/ 그대와 나 사이의 그것만이 아닌/ 바다의 치수에 분명하고 / 세상 이치의 치수 그것이었던가.”

이 시는 삼천포 앞바다가 비단으로 깔려 있다는 것이고 지금까지 그 비단은 눈물로 일렁여 오고 있다는 것이다. 바다가 비단이기도 하고 또 꽃밭이 되기도 하고 안개로 흐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대 바다와 나 사이는 비단의 거리 재기로 하면 바다의 크기와 넓이라는 치수라는 것이다. 망망하다는 거리. 비단, 안개 등이 어리는 삼천포 바다라고 노래하는 것이다. 박재삼은 진주 남강에 와서 “진주 남강 물 맑은 물같이는 흐를 수가 없느니”라 썼다. 그리고 개천예술제 제1회때 백일장 차상으로 올랐다. 이형기가 장원을 하고 그 뒤 차상으로 올라 언제나 ‘이형기-박재삼’은 이름이 한 세트같이 떠다녔다.

‘사천, 시를 담다’ 사화집에 편집자가 이형기 이름을 넣고 이형기 대표작 ‘낙화’를 사천배경에다 추가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이형기시전집’ 연보에 보면 “1933년 경남 사천군 곤양면 서정리 속칭 솥골에서 출생. 양력은 1월 6일 음력으로 1932년 11월 22일, 호적에는 1933년 6월 6일로 등재. 합천 이씨 아버지 이경성, 어머니 김순금의 2남 2녀 중 장남”으로 되어 있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서정리는 다솔사에서 곤양읍으로 가는 길가에 있는데 읍 들어가기 직전 왼쪽 양지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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