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학교의 갑질문화
[교단에서]학교의 갑질문화
  • 경남일보
  • 승인 2021.08.1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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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갑질이란, 갑을관계에서의 ‘갑’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말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익숙한 용어가 되어버린 갑질, 학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상급기관의 강압적인 공문이나 학교장의 부당한 업무지시 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근자엔 그 권위적인 갑질 대신 학부모 민원 갑질이 대세인데 이런 전화를 종종 받는다.

#1 “교장선생님, 학교에서 애들에게 아침 급식을 하면 안 될까요? 아침에 출근 준비로 바빠 아들 챙기기가 너무 힘듭니다.” “어머님 몇 시까지 출근하시는지요?” “여덟시 반까집니다.” “어머님, 아침 급식을 하려면 조리원분들은 네 시에는 출근 하셔야 가능합니다.” “???”

#2 “선생님, 우리 애는 다니는 영어학원에서는 늘 1등인데, 지난 1학기 2차고사에서 영어가 52점입니다. 문제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요?”

학부모의 민원 중에서 학교 급식의 식단에 개입하는 것은 애교에 속하지만, 1년 전 학교시험의 모든 문제를 복사해 달라고 요구하는 학생 삼촌(?)이라는 정체불명자의 정보공개요구나 선생님들의 복장과 수업 방식에 대한 요구는 참으로 난감하다. 담당 선생님께 확인해보니 #2 학부모의 아들은 해외 유학 경험으로 회화에는 뛰어나지만 학교의 수업에는 집중하지 않아 문법이나 철자법엔 굉장히 취약하다는 답을 받기도 했다.

갑질을 하면 통쾌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잠시 느낄 수는 있겠지만 결코 바람직한 행위는 아니다. 그래서 “국가건 사람이건 ‘갑질’ 할 수 있는 위치에서 스스로를 자제하는 건 매우 어렵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한 원로 정치학 교수의 말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자제나 절제는 오래 살아남으면서도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 대부분의 중·고등학교가 개학한다. 전면 개학에 대비하여 철저한 방역으로 코로나 감염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학부모님들의 민원, 정말 바로잡아야할 문제는 예외겠지만 개인적인 요구의 민원은 사라지면 좋겠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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