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전어와 팔포항 그리고 시인 박재삼
[경일춘추]전어와 팔포항 그리고 시인 박재삼
  • 경남일보
  • 승인 2021.08.1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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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사천시의회의원
 


전어 철이다. ‘가을 전어 머리에 깨가 서 말’이라거나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 는 전어 철이다. 삼천포 용궁수산시장과 노산공원 일대 횟집 수족관에는 싱싱한 은빛비늘의 전어들이 꼬리를 흔들며 미식가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전어는 옛 부터 신분의 높고 낮음을 떠나 모두가 좋아하고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먹기 때문에 ‘돈 먹는 고기, ‘錢漁(전어)’라고 했다. 정조 때 ‘난호어묵지’에 당시 전어 물량이 딸려 값이 몹시 비싸 명주 한 필과 바꿀 정도였다고 적고 있다. 이는 전어가 그만큼 사람들이 좋아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산자원의 보호·육성을 위해 설정된 전어 금어기가 해제되고 갓 잡은 전어를 햇전어라 한다. 햇전어는 유난히 뼈가 고소하고 연해 ‘삼대가 덕을 쌓아야 먹는다’ 고 하며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두뇌발달과 성인병에 좋아 전어 중에 최고로 꼽는다. 전어가 많이 잡히는 곳은 서해안과 남해안이다. 인근 남해안에서는 전어철에 곳곳에서 축제가 개최된다, 그중에서도 필자가 살고 있는 ‘삼천포항 자연산 전어축제’와 ‘대포항 전어 축제’가 대표적이다.

사천시 팔포항 음식특화지구 일원에서는 매년 ‘삼천포항 자연산 전어축제’가 개최돼 전국 미식가들의 발길과 입맛을 사로잡아 왔다. ‘잡수시고, 노시고, 주무시고 가이소’ 란 친근성 있는 사천 토박이말을 캐치프레이즈로 전국적인 전어축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삼천포항구 전체가 떠들썩했을 이 전어축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개최되지 못했다. 팔포음식특화지구 상인들이 중심이 되어 활로를 모색해 보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이 코로나로 깊어가는 한숨소리만 가득하다. 팔포항은 전어와 함께 한국이 낳은 서정시인 박재삼의 고향이기도 하다. 진주 장터 생어물전에서 생선을 팔아 자식들을 키운 가난한 시인의 어머니와 시인의 유년 시절이 있다. 추억 속에서도 시인의 가난한 집의 골목골목마다 전어 굽는 냄새가 가득했으리라. 그러므로 시인은 /울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빛 발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은전만큼 손 안 닿는 한이던가/울엄매야 울엄매/ 이리도 아프게 노래했으리라.

가난이 키운 한과 눈물의 시인 박재삼, 내년에는 코로나가 물러가고, 박재삼 시인을 키운 팔포항에서 ‘전어축제’가 개최되기를 기대한다. 다시 풍악소리 요란하고 애드벌룬 높이 올라, 그리하여 우리의 삶 속에도 융융하고 역동적인 일상이 다가오기를 마음 깊이 희원(希願)해본다.

김경숙 사천시의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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