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올해도 지구는 여러 가지 재해로 몸살을 앓았다.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은 캐나다가 54도가 넘는 열돔 현상으로 도로의 아스팔트가 녹아 흘러내리고, 심지어 가로등의 검은 플라스틱이 녹아내린 사진은 괴기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하였다. 이렇게 지난달 기록적인 폭염으로 수백명이 사망한 캐나다 서부지역과 터키가 이번엔 수백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몸살을 앓고 있다. 또 중국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홍수가 발생하여 많은 이재민이 생겼다. 이러한 기록적인 기상이변을 전하는 뉴스에서는 항상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 대신 ‘기상관측이래 최대’라는 표현을 쓴다. 재난을 측정하는 방법의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그 이전의 기상을 수치적으로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을 쓰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과거 지구의 기후 변화를 알아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 방법들 중 하나가 남극과 북극의 빙하에 대한 조사이다. 과거 기후뿐 아니라 지구환경과 우주의 변화까지도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구 육지의 약 10분의 1은 빙하로 덮여 있다. 겨울의 눈이 여름에 채 녹지 못해 생성되는 빙하는 기온의 변화에 따라 나무의 나이테와 같은 층을 갖는다. 빙하는 해마다 내린 눈이 겹겹이 쌓이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눈과 공기가 뒤섞인 채로 얼음이 된다. 이 공기에는 온갖 종류의 먼지들이 섞여 있어서 빙하 얼음을 이용하여 얼음이 만들어질 당시의 지구의 환경을 연구한다. 빙하의 아래 부분일수록 더 오래전에 내린 눈이 만든 얼음이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 평균 얼음 두께는 각각 1600m, 1700m로 매우 두껍기 때문에 빙하 맨 아래쪽은 아주 먼 과거에 내린 눈이 만든 얼음인 것이다.
지금까지 캐낸 ‘빙하코어’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얼음은 유럽 10개국이 공동으로 남극 내륙기지 콩코르디아에서 캐낸 3270m 빙하에 있는 74만 년 전의 얼음이다. 이 ‘빙하코어’ 연구를 통해 약 50만 년 전부터 지구에 빙하기가 10만 년 정도의 주기로 찾아왔음을 알아냈다. 1만 8000년 전에 마지막 빙하기는 끝났고, 지금은 기온이 최고로 오른 후 다시 내려가는 ‘간빙기’가 계속되고 있다. ‘빙하기’와 ‘간빙기’의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의 농도도 변화가 있었다. ‘빙하’기에는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의 농도가 낮았고, 기온이 높은 ‘간빙’기에는 그 농도가 높았다. 이는 지구 기후 변화와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등의 농도 변화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빙하는 우리에게 지구의 고기후와 앞으로의 기후변동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주는 역사책과도 같다. ‘빙하코어’ 속 공기를 분석한 결과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250년 전보다 약 30%가 높아졌고, 메탄가스의 농도는 170%가 늘어났다. 이는 250년 전인 1750년 무렵부터 유럽에 산업혁명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공장에서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의 양이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초래될 지구의 미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극지에 기지를 건설하고 고기후의 역사를 빙하를 통해 알아내는 데 매달리고 있다. 지난 4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와 미국 오리건주립대가 참여한 공동연구에서 남극의 사이플돔(Siple Dome) 지역에 있는 ‘빙하코어’ 속의 공기를 추출해 2만 2000년 전부터 4만 1000년 전까지의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고해상도 고정밀도로 복원하여 과거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가 변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제는 온 인류가 ‘빙하코어’가 간직한 기후변화의 진실을 파악하여 미래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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