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코로나19, 대선후보님들 어떻게 하실 겁니까?
[경일시론]코로나19, 대선후보님들 어떻게 하실 겁니까?
  • 경남일보
  • 승인 2021.08.1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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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 경상국립대 국어국문학과·문화콘텐츠연계전공 교수
 


언론과 SNS는 각 당의 대선후보들의 말들로 타오른다. 여당에서는 총 6명의 후보가 경선을 준비하고, 야당에서도 몇몇의 정치인들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뉴스의 한 꼭지를 채우고, SNS에서 열성 지지자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홍보에 열을 올리거나 상대편 후보들의 문제점을 공박하기 바쁘다. 당연한 정치적 행위이지만 그러한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대선 후보들의 정책 대결은 어디 있는지 잘 보이지도 않고, 이제는 네거티브가 슬슬 난무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제1야당은 당대표와 유력 대선 후보 사이의 알력싸움이 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제1야당의 또 다른 대선 후보의 몇몇 발언들은 논란거리만 되고 있으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더러 있다.

우리의 일상을 돌이켜보면, 이제는 마스크를 쓰고 말없이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지만, 식당 같은 곳에서 옆 테이블의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은 지 오래되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지속되는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은 지칠 대로 지쳐 있으니, 정치인들이 뭐라 하든 별 관심이 없고 당장 내일의 삶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대선까지 아직 많이 남은 것 같아 보여도 바로 내년인데, 거의 무관심에 가까운 포즈를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현 시점에 어떤 대선 후보도 ‘포스트 코로나’, 즉 코로나 이후의 삶에 대해서 말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 원인의 하나가 아닐까?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에 최대 문제를 가져왔는데도 말이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발발할 무렵, 많은 학자들과 정치인들은 소위 ‘뉴노멀 시대’를 운운했다. 우리는 이제 코로나 이전과 같은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솔직히 필자는 그 이야기를 그리 믿지 않았다. 인류는 언제나 어떻게든 다양한 위기를 극복해왔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유대의 격언처럼 참고 견디면, 다시 예전과 같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아마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열심히 꾸리는 시민들 하나하나가 작년까지만 해도 그런 믿음을 놓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델타변이를 넘어서는 다양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와 백신 접종 이후에도 일어나는 돌파감염으로 전 세계가 새로운 방역 혹은 ‘with corona19’와 같은 새로운 삶의 형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땅의 대선후보들에게서는 코로나19이후, 혹은 ‘뉴노멀’ 더 나아가 ‘with corona’와 같은 새로운 시대 상황을 준비하는 공약이나 비전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새로운 정책은 물론이거니와 당장 우리 일상을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와의 삶을 어떻게 들여다보고 돌볼 것인지, 어느 누구도 말하고 있지 않은 듯싶다. 그뿐만이 아니라 현 대선 후보들이 꿈꾸는 나라가 무엇인지도 잘 알 수 없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면 구체적인 공약에 앞서 민심을 회복할 새로운 포부라도 보여주어야 할 텐데, 솔직히 다들 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지 그 이유조차 알 수 없다. 몇몇 야당후보들은 현 정권과 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유일한 출마 이유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사람들이 대선 후보 경선에 관심이 없는 건 당장의 생존과 직결된 코로나19 때문이다. 일상이 자유롭지 못한데 정치에 무슨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지금의 대선 후보들 중 누군가가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지지자들과 국민들에게 환영을 받으며 취임식을 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방역 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비대면 온라인 생중계로 간소하게 취임식을 마칠지도 모른다. 코로나 상황이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는데, 대선 후보들에게서 코로나 이후의 삶에 관한 공약을 들어볼 수가 없는 건 정말 아이러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코로나 이후의 삶을 ‘뉴노멀’이라 부르든 ‘with corona’로 설정하든 간에 코로나와 함께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는 일상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구체적인 비전이다. 지금 후보들의 공약과 캐치프레이즈는 너무도 공허하다. 일단 당신들이 생각하는 코로나19 이후 삶의 구체적인 모습이 궁금하다. 방역으로 간신히 막고 있는 우리의 일상은 매우 위태롭다. 교육은 비대면으로 이루어져 일부 대학교 재학생들은 학교도 몇 번 못 가본 채 졸업을 맞이한다. 중학생인 필자의 아들은 2년간 학교에 거의 가지 못했다. 집에서 상시 밀착 돌봄이 불가능한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 가정의 자녀들이 겪는 기초학력 부진과 사회성 발달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언제나 살얼음판을 걷다가 오늘도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았다. 몇몇 수출기업을 제외하곤 코로나가 대부분의 민중의 삶을 소외시키고 있다.

유권자들에게는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일상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명확한 비전이 필요하다. 그 비전 없이 이루어지는 경선은 의미가 없다. 지금 대선 후보들은 당신들만의 무의미한 리그에서 뛰고 있을 뿐이다.

서유석 경상국립대 국어국문학과·문화콘텐츠연계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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