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이름값
[경일춘추]이름값
  • 경남일보
  • 승인 2021.08.2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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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협 진주기억학교·우리家 원장
 


친구에게 축하 할 일이 생겨 접수대에 ‘한삼협’이 새겨진 봉투를 내밀었더니 어느 단체에서 오셨냐고 묻는 분이 있었다. 내 이름을 전화로 이야기 하면 ‘한삼엽’ ‘한상협’ ‘한삼협’ 최소 3단계를 거쳐야 제대로 확인이 된다.

어느 철학관에서 걸어 둔 ‘이름 함부로 짓지 말라’는 현수막을 보았다. 이름을 짓기 위해 철학관을 찾는 사람, 사업체의 작명을 위해 유명한 스님을 찾는 사람 등 이름에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많다. 이름은 그 사람이나 기관의 정체성을 반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34세 때 노인전문요양시설 설치를 목적으로 한 ‘사회복지법인 세동복지재단’을 설립했다. 법인설립 인가증을 집안 어른들께 보여드렸더니 반응이 쏴 했다. ‘세동복지재단’이란 이름이 문제였다. ‘세동’은 조부님 함자다. 조부님께서 지역에서 청빈한 유림으로 존경받는 분이셨기에 유지를 받들겠다는 생각에서 법인명을 지었는데 그것은 나의 오산이었다. 조부님은 자도 있고, 호도 있는데 함자를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법인의 명칭을 바꾸기로 하고, 경남지역의 대표적인 사회복지법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 ‘경남복지재단’으로 법인명칭 변경서류를 경상남도에 제출했다. 담당자는 ‘경상남도’는 지명이라 사용 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국명을 사용하는 ‘한국복지재단’도 있다는 대응 논리로 ‘경남복지재단’으로 법인 명칭을 변경했다.

당태종은 그의 이름을 딴 소설이 나올 정도로 불심이 대단했다고 하지만, 그의 호가 ‘세민(世民)’이었기에 그가 왕위에 오르면서 중국에서는 ‘관세음보살’이 ‘관음보살’로 바뀌었다고 한다. 태종의 ‘세(世)를 휘(諱)한 것으로 같은 자를 넣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주시 내동면 진양호 초입에 주야간보호와 요양원을 병합한 시설의 개원을 앞두고 기관의 명칭을 고민했다. 눈에 쏙 들어오고, 쉽게 이해하기는 ‘어르신 유치원’이 좋은데 사회복지 전공자의 눈에는 조금 불편했다.

지금의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만드신 장본인이 어르신들이고 보면, 어르신들의 과거는 어려움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고, 현재도 자녀들이나 손자 손녀들과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어르신들의 미래 또한 희망을 꽃피울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들어 드려야겠다는 가치를 담아 ‘진주기억학교’와 ‘우리家’로 이름을 지었다. ‘진주기억학교’와 ‘우리家’가 이름값을 할 수 있도록 어르신들께 추억, 사랑, 희망의 요람으로 만들어 드리리라 다짐해본다.

한삼협 진주기억학교·우리家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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