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天下에 내가 제일 부자
[경일춘추]天下에 내가 제일 부자
  • 경남일보
  • 승인 2021.08.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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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전 서진초등학교장·청렴 및 학부모교육 강사
 

 

제철 맞은 매미가 배고픈 아이처럼 목청이 터져라 운다. 더해서 차량소리와 각종 생활소음이 귀를 지치게 한다. 문득 옛사람들은 어떻게 마음을 다스렸는지 책을 뒤적이니 복잡한 도회 안에서도 내면이 고요히 가라앉아 있다면 닫힌 방 안에 앉아 있는 것이나 다름없고 깊은 방 안에 도사려 앉아 있더라도 욕망이 들끓으면 저잣거리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나 같다고 씌어있다. 내 몸이 어디에 있는가가 중요하지 않고, 내 마음이 있는 곳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대각국사 의천의 춘몽수구(봄꿈에 취하고 물거품을 쫓다)는 침잠의 극치다. ‘옛 절은 티끌 없이 푸른 산을 베고 누워 흰 구름 사이에서 사립문 열고 닫네. 물병 하나 석장 하나 내 가진 것 전부라, 해가 가고 해가 옴은 상관도 않는다네.’

문득 돌아보니 무얼 이뤄 보겠다고 동분서주하던 시간들이 부끄럽다. 해묵은 절집은 푸른 산을 베개 삼아 누웠고, 절문은 흰 구름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열렸다 닫혔다 한다. 물병 하나 지팡이 하나가 내 전 재산이다. 시절이 가고 오는 것은 이제 애탈 것도 없단다. 
도고익안(道高益安)의 경지에 이른 글이다. 우리는 길을 가다 인디언처럼 몇 번쯤은 뒤돌아봐야 한다. 그림자와 발자국은 잘 따라오는지, 멀쩡하다고 믿는 것 속에 솎아내 버릴 것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속 깊이 간직해야 할 사연을 혹시 잡동사니로 버리지 않았는지 멈춰 서서 생각해야 한다.
앞만 보고 가는 것은 보행이 아니라 이기이다. 눈 맑게 뜨고 오던 길에 혹 애절하게 이름 부르며 함께 가자고 부르는 사람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여유는 먼 곳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온다. 우리 삶은 얼마나 속력을 내며 사느냐보다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그냥 속력의 노예가 되어 가속페달을 밟고 오로지 질주하는 삶을 살고 있다. 꽃밭에서는 꽃 냄새가 나야 하고 사람 사는 세상에는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상대를 짓밟아야 할 경쟁자로 여기기 때문에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 냄새가 나지 않고 피 냄새가 난다.
산중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고요하게 마음을 가라앉혀 평화스러우면 그곳이 곧 산중이다. ‘홍진벽산(紅塵碧山)’이라 시끄럽고 추한 속세인 인간 세상도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푸른 산중이 된다. 이 고요한 산중에 홀로 앉아 나를 벗 삼아 푸르름 속에 사색에 깊이 빠지니 천하에 나보다 더한 부자가 없을 것 같다.
박상재/전 서진초등학교장·청렴 및 학부모교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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