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그리운 바캉스(Vacance)
[경일춘추]그리운 바캉스(Vacance)
  • 경남일보
  • 승인 2021.08.2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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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사천시의원
 


올 여름은 이모저모 가혹했다. 1년 반을 치닫는 코로나 확산은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했다. 유난했던 혹서는 집 밖을 나가는 것조차 망설이게 하더니 다시 가을장마라고 한다. 이같은 현상은 가족 간의 만남도 쉽지 않게 만들었다. 가족조차 만나기 쉽지 않은 시기, 전 가족들이 모처럼 단톡방에 모였다. 조용하던 가족 단톡방이 이런저런 대화로 북적댄다. 직접 만나지 못해도 그나마 사람 사는 느낌이 든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 대견해하는 어미 마음은 아랑곳없이 아이들은 생전 처음 듣는 단어들을 대수롭지 않게 쏟아낸다. 그들의 대화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나를 마치 외계인 취급이다.

최근 우리 집 아이들과 단톡방 대화에서 새로운 합성어들을 알게 됐다. 즉슨 ‘호캉스’, ‘북캉스’, ‘숲캉스’이다. 젊은 세대들을 상대하는 공간 화법에서 겪는 묘한 느낌은 나만의 것일까?

불과 10년 전 까지만 해도 여름이면 계곡이나 바다로 떠났던 휴가는 바캉스(Vacance)였다. 피서나 휴양 목적으로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과 떠들썩하게 떠나곤 했던 여름 바캉스, 텐트를 챙기고. 각종 바캉스 용품과 트랜지스터 라디오 하나쯤은 가방 속에 챙겨 넣는 것이 기본적인 바캉스의 품새였다.

그런데 “요즘 누가 바캉스 가냐고”, 요즘은 ‘호캉스’간단다. “호캉스는 뭔 말?” 아이들이 ㅋㅋㅋ 웃으며 놀린다. “호캉스도 모르느냐고”. 검색해보니 ‘호캉스-호텔(Hotel)과 바캉스(Vacanse)’를 합성한 말이란다. 호텔에서 보내는 휴가라나!

그 뿐이 아니다. 늦둥이 딸은 ‘호캉스’ 말고 ‘숲캉스’ 간단다. “숲캉스는 또 뭐람?”. ‘숲캉스’는 숲을 찾아 쉬는 휴가란다. 세대 차이를 절감한다. 나는 이들의 언어를 제 때 알아듣지 못해 발화된 말의 상황과 맥락을 짚어 안색과 감정을 조정하느라 바쁘다.

어디 호캉스, 숲캉스 뿐이랴! 집에서만 보내는 휴가를 ‘홈캉스(Homecance)’라 하고, 독서를 즐기며 휴가를 보내는 ‘북(book)’과 ‘바캉스(vacance)’의 결합어인 ‘북캉스’도 있단다. 하지만 아무리 시절이 변했다 해도 나는 바캉스다. 고전적이긴 해도 낭만이 있었던 30∼40년 전의 휴가, 그때는 호캉스, 숲캉스, 북캉스, 홈캉스도 몰랐었지만 텐트와 버너 삼겹살과 조개와 묵은지만 챙겨 떠나면 2~3일은 거뜬히 즐겁고 행복했다, 바캉스, 그러므로 내겐 여전히 그리운 바캉스다.

김경숙 사천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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