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감각을 일깨우는 산행, 진주 선학산
[시민기자]감각을 일깨우는 산행, 진주 선학산
  • 경남일보
  • 승인 2021.08.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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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길 걷다보면 어느새 정상, 진주 시내·남강 한눈에
밤 기온이 선선해졌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 스리슬쩍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활동량이 줄어 살이 급격히 찐 사람을 일컬어 ‘확찐자’라고 한다. 살이 ‘확찐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말보다 살찐 몸을 이끌고 높은 하늘을 맞이하러 갔다.

티 없이 맑은 하늘을 보려면 산이 가장 좋다. 진주는 여러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역이다. 대표적으로 가좌산, 광제산, 망진산, 방어산, 비봉산, 석갑산, 선학산, 숙호산, 집현산, 월아산 등이 있다. 동네마다 산이 있는 덕분에 진주 시민들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산에 오를 수 있다.

도동지역과 시내 사이에는 선학산이 있다. 선학산은 135.5m의 낮은 산으로 가볍게 산행하기 좋다. 도심 속 딱딱한 시멘트 길을 지나 걷다보면 누런 황토색의 흙길이 등산로의 시작을 알린다. 매앰~ 매앰~ 매앰~ 짝을 찾는 매미 울음소리와 짹짹하고 지저귀는 새소리는 한발 한발 나아가는 등산을 응원한다. 운이 좋으면 딱 딱딱 딱하고 나무를 쪼는 딱따구리의 유쾌한 리듬도 들을 수 있다.

산뜻한 풀냄새와 편백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 향은 코로 서서히 스며들고, 시원하게 솟은 나무와 그 잎들 사이로 은은히 비치는 햇빛은 마음속에 은은한 파동을 일으킨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훔치며 흙길을 자박자박 걸어 오르면 어느새 선학산 정상에 도착한다.

선학산 정상에는 선학산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진주 시내와 시내를 가로지르는 남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풍수지리에서 가장 으뜸으로 치는 배산임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135.5m의 비교적 낮은 높이의 정상인데도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거대하다. 낮은 높이 덕에 하늘은 더욱 높아 보이고, 가로로 넓게 하대동, 충무공동을 비롯한 진주 시내 일대의 모습이 막힘없이 펼쳐진다.

잠깐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서 산을 내려갈 준비를 할 수 있다. 산은 오르는 것만큼, 내려가는 것도 중요하다. 오르는 것이 끝이 아니라 내려와야 끝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만이 끝이 아니라, 천천히 안전하게 내려올 줄 알아야 한다.

산을 오를 때 느꼈던 감정이 산뜻함이라면, 내려가는 길 느끼는 감정은 여유로움이다. 이미 한번 올랐던 길이기에 보다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며 내려올 수 있다. 중간중간 쉼터에 앉아 있는 사람, 운동기구에 앉아 열심히 다리를 저어대는 사람, 이제 막 정상에 다가가는 사람도 보인다. 나무 위 청설모가 쪼르르 달려가는 모습도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다양한 야외 활동이 불가능한 지금, 우리의 감각은 둔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대면 활동이 늘어난 만큼, 감각적인 활동도 위축된다. 우리의 둔해진 감각을 산이 채워줄 수 있다. 맑은 공기, 풀 냄새, 좋은 풍경, 푹신한 흙길의 감촉 등은 우리의 감각을 일깨운다.

산은 비교적 사람이 적고 거리 두기를 유지하기도 좋다. 진주시는 동네마다 산이 있으니 사는 곳과 가까운 산을 찾아 올라가보자. 네모난 도시 속 네모난 화면만 들여다보는 삶을 잠시 잊고, 되살아난 감각을 느껴볼 수 있다.

/김해찬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진주 선학선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진주 시내에 남강에 한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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