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바쁜 일상에 쉼표, 진주 가좌산에 찍다
[시민기자]바쁜 일상에 쉼표, 진주 가좌산에 찍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8.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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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볼거리 숨어 있는 도심 속 녹색 테마숲 길
코로나19와 무더운 여름.

갑갑하고 답답한 일상이 우리를 꽉 쪼옵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무미건조하게 이 여름을 날려버릴 해방 공간이 있습니다. 진주 가좌산 둘레길이 그렇습니다.

진주연암공과대학교 근처에 차를 세우자 울창한 숲의 기운이 와락 밀려옵니다.

일상의 묵은내는 어느새 사라집니다. 가좌산 산책로는 구석구석 소소한 볼거리가 숨어 있습니다. 도심 속 테마 숲길로 꾸며져 있습니다. 청풍길, 대나무숲길, 어울림숲길, 물소리 쉼터, 맨발로 황톳길, 풍경길(전망테크), 고사리 숲길 등 지루할 틈도 없는 아늑한 주제들이 우리를 반깁니다.

청풍길로 가는 나무데크 산책로 옆으로 작은 이정표가 눈길을 끕니다. ‘망진산 5.4㎞’, 가좌산은 망진산과 이어져 있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분들이나 산책을 즐기는 이들은 넉넉한 시간 사치를 누리며 가좌산에서 망진산, 심지어 진양호가 보이는 오봉산까지 일주하기도 합니다.

청풍길에 들어서자 초록빛들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려옵니다. 덕분에 초록 샤워한 듯 개운합니다. 무성한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햇살이 얼굴을 내밉니다. 나무데크 산책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청풍길이 시작되는 길은 야트막한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나무 목침이 촘촘히 박혀 있고 길옆으로 차나무가 심겨 있습니다. 말 그대로 녹색의 기운이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기분입니다.

푸른 하늘은 보기 어렵습니다. 울창한 나뭇잎들이 양산처럼 뜨거운 여름의 열정을 모두 막고 있습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싱그러움이 밀려옵니다. 일상 속 찌꺼기를 깨끗하게 씻습니다. 산책로에서 벗어난 나무 아래로는 낙엽들이 무수히 쌓여 있습니다. 거닐면 바스락바스락 가을의 노래를 들려줄 듯합니다.

한달음에 깊은 산 속에라도 온 듯 촘촘하게 우거진 수목 아래로 태양도 한결 부드럽습니다. 오가는 바람은 거니는 기분 좋게 흘리는 우리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쳐가기 바쁩니다.

청풍길이 끝나면 가좌산의 진주처럼 아름다운 대나무숲길이 펼쳐집니다. 어쩌면 진주 속 진주(珍珠)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늘 향해 길게 뻗은 대나무 숲은 거닐기 더욱더 좋습니다. 이곳의 숲은 깊고 느립니다. 더디게 걷고 싶은 푸른빛들이 이어집니다. 바람을 품은 대숲은 몸을 부딪치며 즐거운 경음악을 들려줍니다. 사각사각. 오가는 바람에 장단 맞춘 대나무들의 소리들이 흥겹습니다.

머리 위로는 태양의 열기가 가득한 한낮인데도 여기 대나무 숲은 어둡습니다. 빼곡히 들어선 대나무뿐인 숲이라 기분 좋은 그늘이 함께합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기운이 몰려옵니다. 딱딱하게 굳었던 마음 속 근육이 풀려집니다.

살랑살랑 춤을 추는 대나무숲을 지나치기 아쉬워 탑돌이 하듯 몇 번을 왔다갔다 반복합니다. 겨우 대숲과 이별을 고하자 산의 능선이 나타나고 부드러운 흙길이 펼쳐집니다. 연암공과대학교 뒤편으로 전망대가 다시금 우리를 탁 트인 풍경을 선사합니다. 어디로 걸어도 넉넉하고 풍성한 주제가 있는 길입니다. 가좌산 풍경길은 걸음을 더욱더 가볍고 마음은 상쾌하게 합니다. 눅눅해진 몸과 마음을 햇볕에 잘 말린 듯 뽀송뽀송해집니다.

/김종신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진주 가좌산 대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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