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쥴리의 남자’ 정치프레임에서 늘 드러나는 여성혐오
[여성칼럼] ‘쥴리의 남자’ 정치프레임에서 늘 드러나는 여성혐오
  • 경남일보
  • 승인 2021.08.25 20:2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옥희(진보당 진주시위원회 부위원장)
 


대권주자 윤석열씨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과거사를 풍자하고 비판한 “쥴리의 남자” 벽화와 연이어 발표된 민중가수 백자의 “나이스 쥴리”라는 노래를 통해, 페미니즘의 오랜 물음인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를 다시 묻게 된다. 상대를 공격하는 데 있어 그의 아내나 가족을 조롱하고 능멸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믿는 전통적인 방식은 2021년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에도 통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가부장제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시몬느 드 보부와르가 ‘제2의 성’에서 제기한 것처럼 여성은 타자이며 주체가 아니다. 여성은 언제나 만만한 대상이며 남성의 소유물이자 성적대상인 것이다. 김건희씨의 과거사에 대한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권력자의 아내는 곧 그의 것이라는 가부장제적 사고와 아내는 정숙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은 많은 사람들의 동감을 얻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정치프레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집회가 한창일 때 남성소변기에 그녀의 사진을 부착한 사진이 떠돌았고, 그녀를 조롱한 그림 ‘더러운 잠’이 전시된 일이 있다. 그에 대한 맞대응으로 전시를 기획한 국회의원의 아내 사진을 합성하여 조롱하는 사진이 함께 게시되며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대통령이라도 여성이라면 여성혐오의 대상에서 벗어나 수 없는 것이 젠더차별의 현실이다.

보수와 진보를 나눌 필요도 없이, 남성을 공격하기 위해 그의 여자를 조롱하는 방식이나 여성을 비난하는 방식에는 한 결 같이 모두 여성혐오가 있다. 여성혐오(misogyny)는 성차별이 전제되어 있는 사회에서 단순히 여성을 싫어하는 것을 넘어서서 여성적인 것을 경멸하고 무시하는 태도를 말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방법론으로 당연하게 여성혐오를 드러내는 것은 이제 멈춰야 한다. 여성들은 그런 비판을 공감할 수 없고, 더 이상 침묵하지도 않을 것이다.

성평등적인 사고와 실현은 리더의 자질이자 사회성원의 상식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러한 흐름과 무관하게 정치프레임에서는 늘 여성혐오를 드러내며 사안의 본질을 잊어버리게 하고, 젠더 갈등으로만 기억되게 한다. 언론 또한 자극적인 제목과 퍼나르기식 보도로 부추기고 있다. 기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쥴리가 누구건 검찰 권력에 대한 개혁의 방안이며, 우리의 선택으로 어떤 미래를 맞이할지 결정하기 위한 대권주자의 정치적 행보와 자질에 대한 정보이다. 대선주자가 차별과 배제, 부정의함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이다.

최근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에서는 민중가수 백자의 “나이스 줄리” 노래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가사의 내용이 전형적인 여성혐오임을 비판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며, 반성 없이는 무대에 설 수 없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여성혐오에 대한 명확한 지적이었다. 다만 이 또한 정치프레임과 언론의 활약으로 여성혐오만 기억될까 우려스럽다. 우리는 차별문제를 제기할 때 상대를 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협력하여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평등세상으로 함께 나아가는 벗이라면 날 선 비판과 함께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두가 가부장제 한 통속이라고 절망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성평등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서자. 젠더갈등이라고 부추기는 정치프레임에 갇혀 있지 않고, 여성혐오를 끊임없이 재생산해내는 이들을 비판하고, 무엇이 여성혐오인지 설명하고, 토론하며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본질을 제대로 밝혀내는 길에 함께 나서주길 바란다.

전옥희(진보당 진주시위원회 부위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고집 2022-05-03 17:35:01
가관이다.
당신의 프레임이야말로 가관이다.

2021년 8월 글이라서 그나마 봐준다.
요즘같으면 씨알도 안먹힌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